속으로 물었다

혹시 어디 가세요?

 

멋대로 상상했다

조모임하러 학교 갑니다

일하러 사무실 들어갑니다

남자친구 만나러 가요

야간알바 끝나고 집에 들어가요

그렇게 저마다의 사정으로 걷고 또 걸어간다

 

평소에는 나도 일정 부자

물밀 듯 몰아치는 할 일을 감당하기 버거웠지만

오늘만은 모든 것을 잠시 제쳐두고

거리와 사람들을 보고 또 본다

 

저렇게도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의 사연을 안고 걸어간다

뜨끈해진 머리와 자신만의 주관을 안고

저마다의 목적지로 걸어간다

 

걸어가는 사람 어딘가에 내 모습도 있었다

현실의 불안정함을 온몸으로 관통하고

해결되지 않은 문제를 끙끙 앓으면서

그저 겉으로는 무심한 듯 이어폰을 끼는 내 모습

 

십 년 전에 거리를 걸을 때도

지금 같은 거리를 걸어도

계속 맞닥뜨리는 어려운 문제와 해결되지 않는 고민

 

한여름의 거리에는

무거운 마음과 가벼운 발걸음의 괴리가 함유된

나와 사람들의 흔적이 묻어있다

 

 

 

(글-직접 작성, 사진-www.paperda.com '사진방'에 있는 사진 중 '그냥물고기' 님의 작품을 가져왔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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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

올해도 잊지 않고 거기 피어줘서

 

고마워

보고싶은 그 애 소식도

거기 같이 피어줘서

 

 

 

(글-직접 작성, 사진-www.paperda.com '사진방'에 있는 하이헬로 님의 사진을 가져왔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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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그랬다

내가 할 수 있는 범위를 조금씩 넘어설 때

공들여 한 일보다 조금씩 넘는 범위를 요구할 때

꽁무니만 쉼 없이 좇다 지치곤 했다

 

생각해보면 그랬다

해가 질 무렵 하늘이 온통 아름다운 색일 때

되어있는 것은 없는데 해야할 것은 너무 많아

세상이 끝날 것 같은 한숨만 쉬곤 했다

 

여러 가지 일로 힘들었다

여러 가지 일로 피곤했다

도대체 어려움은 피곤함은 언제까지일지

그건 나도 모르겠다

 

미안합니다,

저 조금만 쉬겠습니다, 쉬고 싶습니다

정말 미안합니다,

잠깐이라도 제 책임을 모두 내려놓고 싶습니다

 

호기로운 말을 던질 수도 없이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사람으로 남을 수도 없이

내 의지대로 걷는지 상황에 의해 걸어지는지도 모르게

 

그렇게 지나가는 무심한 오늘

 

 

(글-직접 작성, 사진-www.paperda.com 사진방 중 닉네임 '결국엔독백' 님의 사진을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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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게 뻗은 저 길의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너와 나는 길 끝에서 웃고 있을까

 

길은 무어라 말하고 있을까

아직 네 삶은 다 지나간 게 아니라고 할까

어제는 잔뜩 흐렸지만 오늘은 밝고 맑아졌듯

그냥 이 길을 쭉 걸어가면 되는 거라고 할까

 

아니면

이렇게 그분께서 맑은 하늘과 양지바른 땅을 주셨으니

너와 너를 둘러싼 모든 것은 감사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을까

 

푸르른 초원과 새하얀 구름은

달리는 우리를 기쁘게 맞아줘서 기뻐

눈부신 너도 내 옆에 있어줘서 기뻐

이 길 끝에 놓인 희망을 품어줘서 기뻐

 

적어도 손익계산서나 대차대조표 따위는 생각하지 않아도 좋을

고차방정식이나 로그 같은 것은 기억하지 않아도 좋을

이 축복된 낮이 저물지 않기를 기대하며

 

부디 행복하기를, 편안하기를

 

 

(글-직접 작성, 사진-페이퍼다닷컴www.paperda.com '사진방'에서 '익숙한불편함' 님의 사진을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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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은 바람이 가져가지 못했다

 

넌 갈대고 바람이고 산이었는데

꽃이고 보석이고 아름다운 그림이었는데

너와 나는 오롯이 함께일줄 알았는데

 

바람은 우리를 갈라놓지 못했다

바람보다 무서운 것은 오해였다

작은 오해는 작은 갈퀴가 되어 우릴 할퀴었다

 

너는 거기에 없었지만

바람은 거기에 있었고

갈대는 가녀린 몸을 숨길 길 없이 흔들거렸다

 

오늘도 난 너를 잃은 슬픔에

하릴없이 시간을 허비하고

무말랭이처럼 축 처진 몸을 헐뜯는다

 

너의 마음을 싣고가지 못한

다대포 그 바람은 아직 말이 없었다

 

 

 

(글-직접 작성, 사진-www.paperda.com '악마적퇴폐'님의 사진을 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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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이란건 신기해요. 
의식하기 전까지는 아무리 스쳐지나가도 만나지 않은 셈이고,
의식하고서야 비로소 만난 게 되니까요.

 

 - 페이퍼다www.paperda.com 아이디 '세렌디피티' 님의 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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