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여름의 휴가.

간장병을 앓고 있는 사람처럼 기운이 없었어요.

할 일 없어서 잠이 들었어요.

꿈속에서 잠의 요정이 내게 말했어요.

'우리 이따 산딸기 주스 언덕에서 만나요,

여기 가면 열정나무라는 게 있대요.

거기 열매를 따먹으면 무슨 일이든 열정적으로 할 수 있대요.

지금 당신, 아무것도 하기 싫어서 굼벵이 놀이하는 모습 다 알아요.

자, 빨리 잠을 깨고 그 나무로 가세요.'

 

산딸기 주스 언덕에는 산딸기향이 가득하네요.

흐드러진 산딸기꽃에 정신이 나갔어요.

산딸기는 왜 이리 맛있게도 보이는지요.

마구 따먹다가 언덕에 사는 동물들도 보였어요.

늑대도 있고 돼지도 있고, 얘네들 다 산딸기가 맛있대요.

냠냠쩝쩝 한참 맛있게 먹다가 열정나무를 찾았어요.

열정나무의 열매가 탐스럽게 익었어요.

보기에도 침이 꿀꺽 넘어가네요.

하지만 너무 높은 곳에 있어서 언감생심이네요.

지금은 모든 것이 귀찮은데요, '휴가중에 이게 뭐람.

나무에 올라가면 다칠 거 같고, 그래 일단 흔들어보자.'

세차게 흔들기도 하고 돌을 던져보기도 하고

그래도 열매가 떨어지지 않았어요. 

결국 포기하고 나무 옆에 털썩 주저앉았어요.

후두둑 눈물이 떨어지는데 나무 옆에 뒹굴거리고 있던 열매가 보였어요.

 

기다리던 열정나무 열매에요!

하하하하, 신난다.

저는 울다 웃어서 엉덩이에 뿔이 났답니다.

그길로 산딸기 주스 언덕을 내려와 집에 와서 냉장실에 열매를 두었어요.

'혹시 힘든 일이 생길 때 한 움큼 베어 무는 거야.'

냉장고를 닫고는 지쳐 그대로 누웠어요.

'오늘 휴가는 끝나지만 내일부터 새로운 일들이 많아질 거야.'

이런 생각에 기분이 조금은 시원해졌어요.

그리고는 생각했어요.

 

내 마음속의 열정은 아직 숨쉬고 있는지.

당신 마음속의 열정은 아직 그대로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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