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책 작가가 되려는 그대에게 조심스레 묻습니다.

 

다른 노동자들은 하루 8시간씩 자기의 전문 분야에서 일을 합니다.
당신은 하루 8시간을 책읽고 동화 구상과 글쓰기에 바칠 각오가 되어 있습니까?

 

어느 분야의 전문가든지 3년 정도의 수습기간을 거치고 10년 이상 그 일에 종사해온 사람들입니다.
당신은 10년 이상 동화쓰기에 전념할 각오가 되어 있습니까?

 

다른 사업가들은 매장을 꾸미거나 또는 공장을 세우는데 많은 비용을 투자합니다.
당신은 당신의 서가와 영혼을 위해 그 정도의 투자와 노력을 할 각오가 되어 있습니까?

 

다른 사업가들은 고객의 욕구를 파악하고 그것에 맞춰 서비스나 제품을 만들어 제공하려 애씁니다.
당신은 어린이 독자의 욕구를 알려고 노력합니까?

소비자에게 꼭 필요한 제품을 만들겠다는 프로정신이 있습니까?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부탁드립니다.

 

* 도서관의 어린이실이나 대형 서점의 어린이책 매장에 일주일에 한 번씩 가세요.

   두 시간 이상 그 곳에 머무르세요.

 

* 길거리에서 만나는 모든 어린이들과 그들의 대화를 유심히 관찰하세요.

 

* 생태관련 다큐멘터리를 꼭 보세요.

 

* 어린이문학 관련 잡지와 자기 관심분야 잡지를 꼭 구독하세요.

 

* 시집을 한 달에 한 권 이상 사세요. 하루에 한 번 들춰보세요.

 

* 동화책 외의 일반 소설, 역사교양서와 예술관련 서적도 한달에 10권 이상 읽겠다고 다짐하세요.

 

* 음악회와 각종 공연(서커스나 마술쇼도 좋습니다), 미술전시회에 한 달에 한 번 이상 가세요.  

 

* 어린이가 나오는 비디오를 꾸준하게 빌려다 보세요.

 

.... 취미생활로 동화작가가 되고자 한다면 이런 사항을 다 무시하셔도 됩니다.

 

 

- 『동화 쓰기 특강 : 동화작가 임정진의 실전 노하우, 임정진, 2008, 지식의 날개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은 어렵고 힘들다

3D에서 '위험하다'는 요소는 빠졌지만, 어쨌든 그런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폐사원이 되지 않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나는 내 일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욕을 먹고 싶지 않은 사람이니까

지금은 빈 틈이 많아(보여)도 결국 내가 있는 게 이 팀에 해가 된다는 말은 듣고 싶지 않으니까

 

오랜만에 쉬는 날, 도서관에서 몇 꾸러미의 책을 대출한 후 한 권씩 펼쳐본다

아른거리는 활자가 나와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듯 어색하다

그것은 책 읽고 글쓰는데 물리적인 시간을 투여하지 않은데 대한 미안함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에 다니며 멀쩡히 옷을 입고 밥을 먹고 잠을 잔데 대한 미안함일 것이다

책상머리에 앉아 책만 보면 이렇게나 행복한데

자기 전 책에 대한 생각만 하면 이렇게나 행복한데

피로한 몸으로 일거리만을 쫓아다녔기 때문에 그 무엇도 하고 싶지 않았다는 말은 변명일 것이다

 

사실 내가 걷고 있는 길과 내가 하고 있는 행동 자체에 어떤 답이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나는 세상과 삶이 요구하는 가치를 적절하게 절충하며 살고 있는 거니까

내가 좋아하는 밥과 음료수 정도를 먹고 마시기 위해선 이렇게밖에 할 수 없는 거니까

그것은 지금 내가 다니고 있는 직장이나 하고 있는 일이 소중하다는 말 자체와도 연결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젠가는, 순진한 건지 유치한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오롯이 글만 써도 생활이 가능할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있다

 

그렇게 되기 위해 감당해야 할 반짝거리는 노력은 애써 무시한 채

위에 열거해놓은 동화작가로 향하는 노력은 알면서도 일단 덮어둔 채

 

체계적이지 못한 채

일단 열심히 하면 뭐라도 되겠지, 라는 생각만 가진 채

너희들은 내 편이니까 세상은 내 편이니까, 라는 대책없는 생각만 가진 채

 

무엇하나 떠오르는 스토리는 없지만

떠오르는 스토리도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지만

신경쓰며 노력하면 '언젠가는' 내 반짝이는 감성으로 어떤 글이든 쓸 수 있다고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나의 글을 쓸 수 있다고

 

그곳이 엘도라도(이상향)나 오아시스가 아니라 단지 신기루일지라도

그 이상이 바람떡이나 공갈빵 같은 것일지라도

그것은 그것 나름대로 의미있을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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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카카오톡을 원하는 소수의 사람들의 성화(?)로 인해 인터넷에서 기기변경으로 테이크LTE를 구매했다. 오래 나와 함께 한 폴더는 잠시 장 안에 넣어놓았다. 연락처 일일이 입력하느라 어제 또 늦게 잤다. 이제 스마트폰으로 책과 음악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건가 모르겠다(고 적어놓고 돈 드는 것을 아까워한다)

  카카오톡으로 인사걸어도 모른 척하시는 건 환영하지만 잡상인처럼 이상한 눈길로 바라보지는 마시길!

 

 

2. 10월 중 입사를 확정지었다. 현재 직장을 떠나 다른 곳으로 이직하게 되었다(고 아직까지는 혼자 결정했다). 경력관리에 상당히(완전히) 실패하여 내게 남는 건 현 직장 같은 곳밖에 없었다. 그렇게 지난 3년은 계약직 주변을 뒹굴었다. 정규직 입사는 이번 기회가 마지막이라 생각했다. 이젠, 더 이상, 아무 것도 남아있지 않은 나는 비겁하게 도망가고 싶지 않았다. 연봉이나 기타 조건은 맘에 안 들었지만 겸손히, 그리고 냉정히 현실을 인정하기로(=인정해야만) 했다. 그리고 내게는 주어진 기회를 살려 일을 충실히 해 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생각했다. 남은 여생(?)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이곳에서 죽치고(아니, 능력을 키우며) 있어야 할 것 같다. (물론 동화작가라는 꿈은 계속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3. 출퇴근길에 피곤해서 책을 읽다가 지하철에서 자기를 반복한다. 요즘 자면 정신을 놓아버릴 정도로 자니 이것도 커다란 병이란 생각이 든다. 내 오랜 갑상선과 빈혈. 난 도대체 뭘 위해, 누굴 위해 뛰어다니는 거지?

 

 

4. 길에서 행운의 2달러를 주웠다. 나는 길에서 주운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는, 그리하여 너무 막연한) 행운을 믿지 못했다. 그래서 난 이를 당장의 행복으로 바꾸고 싶어서 은행에 가서 2,240원으로 환전했다. 그리고 그 돈을 핸드폰 요금을 납부하는데 보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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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2. 9. 5. 11:43

  『행복한 감자-동화는 내 친구 21(강진순 외 글)』. 내가 지원했다가 탈락했던 동화 공모전. 심사평은 이랬다. '이야기를 보여주느냐, 들려주느냐에 따라 작가의 역량이 결정된다. 중요한 사건을 대화체로 설명하거나 일기장의 내용으로 대체하는 안일한 상황 전개는 좋지 않다. 또 어디서 본 듯한 제재는 좋지 않다. 동화 습작을 많이 해 보아야 하며, 동화가 무엇이며 어떻게 써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 많이 드러나야 한다.'

  글쟁이의 꿈. 어느 순간 가까워진 듯 하다가 잠에서 깨면 멀어지는 것 같다. 어느 날은 등단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넘쳤다가도 어느 날은 '나 같이 쓸모 없는 인간은'하며 자학하곤 한다. 결국 손에 잡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데, 시간은 자꾸 내 손아귀를 빠져나간다. 금방 마르는 우물같은 내 머릿속은 어떡해야 하나. 나란 인간은 틈만 나면 몸과 마음이 아파서 큰일이다.

 

 

  『이렇게나 똑똑한 식물이라니(김순한 글)』. 식물에 대한 동화 습작을 해보았지만, 이런 기초적인 지식이 없었다는 사실에 부끄러움을 느낀다. 식물에 대한 궁금증을 아이의 입장에서 해소시켜주고 있지만 식물에 대해 호기심이 많은 나같은 어른에게도 효과적인 책이다. 총천연색 삽화는 어두운 마음을 환하게 해 주었다. 특히 난 식물에게서 인내심을 본다. 그렇게 오랜 세월 그 자리에 우뚝 서 있을 수 있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도 난 감히, 너무나도 쉽게 영원을 말하고, 사랑을 말한다. 끈기를 말하고, 10년 후를 말한다.

 

 

  그리고, 좀 아팠다. 휴가가 끝나고 사무실에 오는 일이 싫었던 것일까. 뭘 먹기만 해도 위장은 소화를 시키지 못했다. 몸의 무거운 느낌이 나를 온종일 괴롭혔다. 몸이든 마음이든 앞으로 나아가기 힘들었다.

  나는 정말 태생이 수양버들 같다. 외부 충격이든 내부 충격이든 조그만 흔들림에도 심하게 흔들려버리는 수양버들. 때로 난 내가 세상 속에서 내 스케줄을 주도하기보다는 세상이 흘러가는대로 내가 겨우 흐름을 좇아가기도 했다. 하지만 난 좌절이나 포기라는 것을 할 만한 자격이 되지 않는 사내다. 내가 뭘 했다고, 지금껏 나는 배의 방향을 조금씩 잔잔한 바다로 돌리는데 전력을 다했을 뿐이다. 포기나 좌절 같은 그런 가치는 뭔가 치열하게 세상 속에서 분투하고 피를 흘려 쓰러질 정도나 되는 사람이 할 수 있는 말이라 생각한다.

  그리하여 난 어떻게든 나아가고 또 나아가서 먹고 살 길을, 행복할 길을 찾아 나설 것이다. 그래야만 하니까. 하지만 조금 정직하게 말한다면 난 앞으로 나아갈 수도 없고 뒤로 물러설 수도 없는 상태다. 이렇게 나는 세상 속에서 오늘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미아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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