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흐르면서, 내 안에 이야기가 차곡차곡 늘어나면서, 느끼는 것들.

 

말하지 않은 것들이 언급된 것보다 더 많다는 것.

말할 수 없는 것들이 이미 말한 사실보다 훨씬 더 많다는 것.

저마다 품고 있는 마음은 제각각이지만 세상과 절충하느라 그 마음을 열에 하나도 미처 꺼내지 못한다는 것.

 

인간극장을 누구나 찍는다는 것.

사람마다 펼치지 못한 아쉬운 순간이 있다는 것.

별스러워 보이지 않는 사람에게도 무한대의 이야기가 숨어있다는 것.

 

애써 잘난 척, 있는 척 하는 모습이 대부분 손해라는 것.

싫어하거나 마음가지 않는 사람에게 아무 행동도 하지 않는다는 것.

튀지 않는 게 편안하다는 것.

 

어렸을 때 가지고 싶은 것은 다 가졌으면서도 정작 아무 만족도 못한다는 것.

삼십 대가 되었지만, 어렸을 때보다 무서운 게 더 많다는 것.

그럼에도 멋있게 보이려면 무서운 척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

그렇게 나를 지켜줄 파라솔이 언제나 우뚝 서 있을 거라고 오해한 것.

 

난 이토록 어리석은 말과 행동을 많이 뱉었다는 것.

그렇게 소통에는 영 잼병이었다는 것.

나의 자만과 착각으로 당신의 마음을 더 어둡게 했다는 것.

 

달라져야겠다고 생각하지만, 작심삼일을 못 벗어난다는 것.

태도도, 행동도, 몸도, 마음도, 너에 대한 사랑도,

결국 모든 것이 내 위주, 나 먼저였다는 것.

 

밑도 끝도 없이 미안하다고 뱉어버린 말은 가장 멋진 클리셰라는 것.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잠시만요, 죄송하지만, 이라는 겉 같은 단어를 쓰고도 아무렇지 않다는 것.

그 가운데 으뜸은 좋은 게 좋은 거지, 라는 것.

 

매일 나만의 가면놀이를 하면서

오늘은 파란 가면, 어제는 노란 가면을 골라쓰면서

해가 지는 밤이 오면

그래도 오늘도 열심히 했어, 라며 혼자 자위하는 것.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2. 10. 29. 2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