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일을 하면 할수록 점점 두려움이 많아져

누군가를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점점 두려움이 많아져

도대체 왜 여기는 이다지도 어지럽지?

 

난 날카롭지도 않고 무디기만 하고

알아서 척척 못하고 더디기만 하고

나타나지도 않고 드러나지도 않고

시끄러운 것에 염증을 느껴 조용히 있는걸

 

논리는 이제 지쳤어

책임은 내 소관이 아니야

그래, 다 알겠다고,

그런데 밥 한 번 먹기 왜 이렇게 힘든거람!

 

삐질삐질 땀 흘리던 계절을 지나

열매가 주렁주렁 달리는 계절에

태양은 이미 중천에 방긋 떠 있는데

난 아직도 세상이 부끄럽기만 해

 

그래도 이 길로 가야겠지?

못 먹어도 고라는 말도 있잖아

 

세상은 컨베이어 벨트 같은 거니까

가지 않으면 물러설 수 없으니까

쫓아오는 검은 사람들의 손길이 무서우니까

 

그러니까 난 가야겠어

쓰러지지 않으면 까무러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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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략)

  나는 자전거 탈 줄 모르는 게 부끄럽지는 않아요. 다만 그때 자전거를 배웠더라면 아버지가 참 좋아하셨을 거라는 생각은 합니다. 아버지에게 나는 뭘 잘하는 딸이 아니었으니까요. 그때는 자전거가 무섭다고 말할 자신이 없었어요. 그 가느다란 동그라미가 날 쓰러뜨리고 말 거라고, 주변이 너무 빠르게 지나쳐 가는 게 어지럽다고 말입니다. 대신 나는 오래 걷는 걸 참아 낼 줄 아는 사람이 됐어요. 주변에 있는 것들을 살피고 들여다보는 사람이 되어 쓰러지지도 않고 어지럼증도 느끼지 않아요. 나만의 속도를 찾아냈으니 참 다행이지요.

  가끔 삼거리 자전거 수리점으로 아버지 점심을 가져가는 꿈을 꿉니다. 국이 식었다며 찡그리는 아버지한테 미안한 마음까지 고스란히 남는 꿈. 이제는 사라져 버린 그곳이 꿈에서나마 보이면 안도의 한숨이 나옵니다. 그러나 곧 허전해져요. 아버지도 거기에 계시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러나 세월은 흘렀고 추억은 더 쌓이지 않습니다. 어린 날의 몇 조각 추억으로 이 책을 만들었습니다.

  (하략)

 

  - 『내 푸른 자전거』. 황선미, 웅진주니어, 2009(전자책으로 다시 펴냄), '작가의 말' 중 일부를 가져왔습니다

 

 

 

  『내 푸른 자전거』. 오랜만에 황선미의 책을 집어들었다. 황선미 작가께서 가장 아낀다는 그 작품을. 정확하게 말하면 책이 아니라 이북(e-book)이지만. (이북도 책과 다름없으니까)

  이야기는 초등학생 찬우가 어려운 가정형편 속에서 친구와 가족을 이해하는 과정에 대한 것이다. 찬우가 속해 있는 학교와 가족 사회가 찬우의 눈을 통해 솔직 담백하게 그려져 있다. 찬우의 눈은 어딘지 모르게 슬프지만 이 모든 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아버지 일을 도와드려야 할 정도로 어려운 가정환경을 꿋꿋하게 딛고 일어서는 찬우의 모습에서 나와 닮은 모습을 보게 된다. 위에 적어놓은 것처럼 황선미 작가의 아버지에 대한, 지금은 없어진 가게에 대한 그 정서가 나에게도 고스란히 다가온다. 눈물까지 흘린다면 과도한 감정의 분출일까? 난 내가 처한 현실을 생각하며 이내 먹먹해졌다.

 

  다음은 작품 내적으로 느낌. 프로작가에게는 꼭 갖춰야 할 덕목일지 모르겠지만, 인간에 대한 이해가 뛰어난 것이 느껴진다. 찬우의 어렸을 적 친구였던 영원한 아군 병삼, 찬우 동네 약국집(부잣집) 딸 은아, 찬우와 주먹다짐까지 벌일 정도로 자존심싸움을 벌였지만 결국 친해진 해일 등. 많은 인간군상이 있다는 것은 초등학생의 세계나 어른들의 세계나 진배 없다. 초등학생의 말투로 친구들의 성격을 간결하고 확실하게 묘사했다는 점을 배우고 싶다.

  또 이야기가 탄탄하다. 내가 글을 계속 연습하면서 구성이 단단하게 잡혀야겠다는 생각을 늘 했는데, 이 이야기 또한 작가의 다른 글처럼 견고한 흐름이 느껴진다. 책을 읽는 중간중간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어떻게 이런 이야기를 막힘없이 술술 진행했지? 그것도 내가 모르는 사이에…….'

  이야기가 탄탄하려면 독자가 책을 읽으며 이 이야기가 인위적이라는 느낌마저 없어야 한다. 그저 이 책이 주는 매력에 흠뻑 빠져 이야기를 빨아들여야 한다. 그 정도 수준이 되어야 독자가 내 글을 내공이 쌓인 작품으로 인식할 수 있을 것 같다. 나 자신, 이제 조금은 알 것 같은데 내 글에 실행하는 것은 또 다른 어려움이 있다. 어려움이, 사실은, 많다.

 

  내 일정으로 동화에 대한 생각조차 못한 날이 많았는데 더 열심히 하지 못함을 반성한다. 손만 뻗으면 책을 읽을 수 있는데, 걸어가면서도 내용은 구상할 수 있는데, 메모할 종이와 펜, 습작할 넷북도 있는데, 이 모든 것을 놔버리고 잠을 잔 내 자신을 채찍질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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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을 못 쓰게 되는 상황이란 대략 이렇다. 주위를 둘러보기 힘든 상황에, 여러 가지 일이 겹쳐 머릿속에 과부하가 생겨버리는 상황. 이런 상황이 오게 되면 어떤 아이디어도 생각나지 않게 되고 아무 것도 쓸 수 없게 된다. 이런 상황은 사막 한가운데 있는 것과도 비슷하다. 어디로 가야할지, 나아가야 할지 머물러야 할지 아니면 그 자리에 있어야 할지 모르는 것이다. 한껏 꼬여버린 실타래, 아니 이어폰 줄 같은 마음의 실마리는 어떻게 풀어야 할까. 때로 난 개선문을 위엄 있게 들어서는 장군 같지만 지금은 흥신소 사람에게 계속 쫓기는 빚쟁이 같은 기분을 숨길 수 없다.

  이럴 때는 아무 생각 없이 그림책이나 동화책을 계속 보게 된다. 책에 대한 감상을 올리지 않은 것은 그런 것을 올릴 겨를이 없었고 기운이 없었기 때문이다. 내가 봤던 책들이 결코 함량이 떨어진 것은 아니었다. 난 확실한 책만 잡으니까. (확실하지 않다면 내가 아마 작가나 작품에 대해서 몰랐겠지) 2주에 한번씩 꼬박꼬박 두 곳의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다 보고, 불규칙적으로 온라인 책 사이트나 오프라인 서점을 활용해 책을 구입하기도 했다. 또 스마트폰으로 바꾼 뒤로는 이북(e-book)도 샀다. 책을 집으면 보물을 손에 넣은 듯한 느낌이 든다. 예쁜 그림과 귀여운 내용이 담긴 동화를 보고 있는 느낌은 정말 소중한 보석을 잡은 것 같은 느낌과도 비슷하다.

  하지만 요즘은 어찌된 일인지 책을 시간을 쪼개어 보더라도 그것이 새로운 창작의 시발점이 되지 못했다. 무언가를 쓰고 싶다, 써야겠다는 생각은 충만한데 소재거리나 이를 힘 있게 끌고 나갈 스토리라인을 전혀 생각할 수 없었다. 이는 내가 처음 습작을 시작할 때부터 대두된 문제로, 이를 극복하기 위해 난 참고자료도 찾고, 답사도 가보고, 생각도 많이 해보는 등의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하지만 겨우 마음을 잡고 이를 글로 옮겨보면 이것은 글에 전혀 재능이 없는 초등학생이 설레는 마음에 밤늦게 쓴 글과 비슷한 내용이 되는 것이다. 다음날 깨어나 그 글을 보면 수준이 떨어지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이런 상태에서 많은 상을 휩쓴 작가의 글을 보면(실제 대부분의 책이 이렇다) 어떻게 이런 글을 쓸 수 있을까, 하는 질투와 부러움이 혼재된 마음을 갖게 된다. 실력이란 것은 어떻게 보면 꾸준한 습작과 이를 통해 조금씩 나아지는 결과물로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게는 실력을 보여줄 습작의 산물이 그렇게 많지 않다.

  어떤 계기가 필요하다. 내 삶 속에 설레는 일이나, 기쁜 일, 보람 있는 일, 이런 것들이 삶에 정촉매 역할을 해야 하는 시점이다. 어둠, 우울함 등의 정서와 가까워진다면 즐거워 죽겠는 아이들을 표현할 수 없다. 아이들의 신나는 이야기를 즐겁게 풀어낼 수 없다. 답은 쉽다. 내가 일이나 아르바이트를 게을리하지 않는 것처럼 글 쓰는 행위도 매일 시간을 정해서 조금씩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는 것. 함량이 매우 떨어지더라도 꾸준히 조금씩 연습하는 습관을 들이자는 약속을 내 마음판에 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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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복한 감자-동화는 내 친구 21(강진순 외 글)』. 내가 지원했다가 탈락했던 동화 공모전. 심사평은 이랬다. '이야기를 보여주느냐, 들려주느냐에 따라 작가의 역량이 결정된다. 중요한 사건을 대화체로 설명하거나 일기장의 내용으로 대체하는 안일한 상황 전개는 좋지 않다. 또 어디서 본 듯한 제재는 좋지 않다. 동화 습작을 많이 해 보아야 하며, 동화가 무엇이며 어떻게 써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 많이 드러나야 한다.'

  글쟁이의 꿈. 어느 순간 가까워진 듯 하다가 잠에서 깨면 멀어지는 것 같다. 어느 날은 등단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넘쳤다가도 어느 날은 '나 같이 쓸모 없는 인간은'하며 자학하곤 한다. 결국 손에 잡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데, 시간은 자꾸 내 손아귀를 빠져나간다. 금방 마르는 우물같은 내 머릿속은 어떡해야 하나. 나란 인간은 틈만 나면 몸과 마음이 아파서 큰일이다.

 

 

  『이렇게나 똑똑한 식물이라니(김순한 글)』. 식물에 대한 동화 습작을 해보았지만, 이런 기초적인 지식이 없었다는 사실에 부끄러움을 느낀다. 식물에 대한 궁금증을 아이의 입장에서 해소시켜주고 있지만 식물에 대해 호기심이 많은 나같은 어른에게도 효과적인 책이다. 총천연색 삽화는 어두운 마음을 환하게 해 주었다. 특히 난 식물에게서 인내심을 본다. 그렇게 오랜 세월 그 자리에 우뚝 서 있을 수 있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도 난 감히, 너무나도 쉽게 영원을 말하고, 사랑을 말한다. 끈기를 말하고, 10년 후를 말한다.

 

 

  그리고, 좀 아팠다. 휴가가 끝나고 사무실에 오는 일이 싫었던 것일까. 뭘 먹기만 해도 위장은 소화를 시키지 못했다. 몸의 무거운 느낌이 나를 온종일 괴롭혔다. 몸이든 마음이든 앞으로 나아가기 힘들었다.

  나는 정말 태생이 수양버들 같다. 외부 충격이든 내부 충격이든 조그만 흔들림에도 심하게 흔들려버리는 수양버들. 때로 난 내가 세상 속에서 내 스케줄을 주도하기보다는 세상이 흘러가는대로 내가 겨우 흐름을 좇아가기도 했다. 하지만 난 좌절이나 포기라는 것을 할 만한 자격이 되지 않는 사내다. 내가 뭘 했다고, 지금껏 나는 배의 방향을 조금씩 잔잔한 바다로 돌리는데 전력을 다했을 뿐이다. 포기나 좌절 같은 그런 가치는 뭔가 치열하게 세상 속에서 분투하고 피를 흘려 쓰러질 정도나 되는 사람이 할 수 있는 말이라 생각한다.

  그리하여 난 어떻게든 나아가고 또 나아가서 먹고 살 길을, 행복할 길을 찾아 나설 것이다. 그래야만 하니까. 하지만 조금 정직하게 말한다면 난 앞으로 나아갈 수도 없고 뒤로 물러설 수도 없는 상태다. 이렇게 나는 세상 속에서 오늘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미아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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