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

  나는 자전거 탈 줄 모르는 게 부끄럽지는 않아요. 다만 그때 자전거를 배웠더라면 아버지가 참 좋아하셨을 거라는 생각은 합니다. 아버지에게 나는 뭘 잘하는 딸이 아니었으니까요. 그때는 자전거가 무섭다고 말할 자신이 없었어요. 그 가느다란 동그라미가 날 쓰러뜨리고 말 거라고, 주변이 너무 빠르게 지나쳐 가는 게 어지럽다고 말입니다. 대신 나는 오래 걷는 걸 참아 낼 줄 아는 사람이 됐어요. 주변에 있는 것들을 살피고 들여다보는 사람이 되어 쓰러지지도 않고 어지럼증도 느끼지 않아요. 나만의 속도를 찾아냈으니 참 다행이지요.

  가끔 삼거리 자전거 수리점으로 아버지 점심을 가져가는 꿈을 꿉니다. 국이 식었다며 찡그리는 아버지한테 미안한 마음까지 고스란히 남는 꿈. 이제는 사라져 버린 그곳이 꿈에서나마 보이면 안도의 한숨이 나옵니다. 그러나 곧 허전해져요. 아버지도 거기에 계시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러나 세월은 흘렀고 추억은 더 쌓이지 않습니다. 어린 날의 몇 조각 추억으로 이 책을 만들었습니다.

  (하략)

 

  - 『내 푸른 자전거』. 황선미, 웅진주니어, 2009(전자책으로 다시 펴냄), '작가의 말' 중 일부를 가져왔습니다

 

 

 

  『내 푸른 자전거』. 오랜만에 황선미의 책을 집어들었다. 황선미 작가께서 가장 아낀다는 그 작품을. 정확하게 말하면 책이 아니라 이북(e-book)이지만. (이북도 책과 다름없으니까)

  이야기는 초등학생 찬우가 어려운 가정형편 속에서 친구와 가족을 이해하는 과정에 대한 것이다. 찬우가 속해 있는 학교와 가족 사회가 찬우의 눈을 통해 솔직 담백하게 그려져 있다. 찬우의 눈은 어딘지 모르게 슬프지만 이 모든 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아버지 일을 도와드려야 할 정도로 어려운 가정환경을 꿋꿋하게 딛고 일어서는 찬우의 모습에서 나와 닮은 모습을 보게 된다. 위에 적어놓은 것처럼 황선미 작가의 아버지에 대한, 지금은 없어진 가게에 대한 그 정서가 나에게도 고스란히 다가온다. 눈물까지 흘린다면 과도한 감정의 분출일까? 난 내가 처한 현실을 생각하며 이내 먹먹해졌다.

 

  다음은 작품 내적으로 느낌. 프로작가에게는 꼭 갖춰야 할 덕목일지 모르겠지만, 인간에 대한 이해가 뛰어난 것이 느껴진다. 찬우의 어렸을 적 친구였던 영원한 아군 병삼, 찬우 동네 약국집(부잣집) 딸 은아, 찬우와 주먹다짐까지 벌일 정도로 자존심싸움을 벌였지만 결국 친해진 해일 등. 많은 인간군상이 있다는 것은 초등학생의 세계나 어른들의 세계나 진배 없다. 초등학생의 말투로 친구들의 성격을 간결하고 확실하게 묘사했다는 점을 배우고 싶다.

  또 이야기가 탄탄하다. 내가 글을 계속 연습하면서 구성이 단단하게 잡혀야겠다는 생각을 늘 했는데, 이 이야기 또한 작가의 다른 글처럼 견고한 흐름이 느껴진다. 책을 읽는 중간중간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어떻게 이런 이야기를 막힘없이 술술 진행했지? 그것도 내가 모르는 사이에…….'

  이야기가 탄탄하려면 독자가 책을 읽으며 이 이야기가 인위적이라는 느낌마저 없어야 한다. 그저 이 책이 주는 매력에 흠뻑 빠져 이야기를 빨아들여야 한다. 그 정도 수준이 되어야 독자가 내 글을 내공이 쌓인 작품으로 인식할 수 있을 것 같다. 나 자신, 이제 조금은 알 것 같은데 내 글에 실행하는 것은 또 다른 어려움이 있다. 어려움이, 사실은, 많다.

 

  내 일정으로 동화에 대한 생각조차 못한 날이 많았는데 더 열심히 하지 못함을 반성한다. 손만 뻗으면 책을 읽을 수 있는데, 걸어가면서도 내용은 구상할 수 있는데, 메모할 종이와 펜, 습작할 넷북도 있는데, 이 모든 것을 놔버리고 잠을 잔 내 자신을 채찍질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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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2. 10. 2. 14: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