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뎌진 입술 투박해진 내 손이

멈춰있던 내 맘이

살며시 녹아 부드러워져

 

가만히 들어봐

살며시 다가와

바람이 불어와 내게로

 

- 브라운 아이드 소울, 'Blowin My Mind'

 

 

 

 

  브라운 아이드 소울은 바람을 정말 좋아하는 것 같다. 이 곡 'Blowin My Mind' 가사에도 바람이 나오고, 'My Story'에도 바람이 나온다. '바람인가요'라는 노래도 있고 나얼의 새앨범 타이틀곡도 '바람 기억'이다. 아마 찾아보면 더 나올지도 모르겠지만, 일단 내가 아는 곡만 해도 꽤 많은 횟수의 바람이 이 가수가 부른 노래 가사에 들어가 있다.

  바람의 속성이 무엇인데 이렇게 다른 자연물보다 유독 애착을 많이 갖고 가사로 넣었을까. 바람이 불 때의 시원한 느낌, 고립되고 정체되어 있는 방 안의 공기를 환기시켜줄 때의 상쾌한 느낌, 이곳에서 저곳으로 그러니까 속박에서 자유로 향한다는 느낌 같은 것일까.

  위에서 말한 모든 바람의 속성을 다 그네들의 노래 가사에 대입하여 생각해도 맞을지 모르겠다. 다 바람의 근본 속성이니까. 그런데 나는 그리 생각했다. 내가 정작 주목한 것은 바람이 내게로 불어오면 공허한, 허전한 내 마음이 바람으로 꽉 채워진다는 것이었다. 바람은 설레는 마음을, 속삭이는 메시지를, 아름다운 노래를 내게 가져다줄 수도 있겠다는 생각. 그래서 비어있는 내 마음이 믿음으로, 소망으로, 사랑으로 채워지고, 냉증이 온기로 바뀌는 현상에 대한 생각.

  이런 바람을 온몸으로 맞게 되면 바람(wind)이 긍정적인 방향의 바람(wish)로 바뀌게 된다. 표정 없던 내 얼굴에도 미소가 번지게 되고 잠시나마 인류애와 세계평화 등을 마음 속에 품게 되기도 한다. 콧노래가 나오고 어깨를 살짝 들썩인다. 그야말로 내 마음에도 산들산들 바람이 불어온다. 회사와 아르바이트, 기타 많은 신경쓸 일로 누적된 피로가 일시적으로 잊혀진다. 그리하여 나는 무엇에 홀리기라도 한 듯이 'Blowin My Mind'를 듣고 또 듣는다. 내가 현실과 충돌하느라 잠시 잊었던 바람(wind)과 바람(wish)을 상기하면서.

'김 - 랜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 푸른 자전거.  (0) 2012.10.02
휴식.  (0) 2012.09.28
생각 60.  (0) 2012.09.23
요즘은 직업 자체로 돈버는게 불가능한 세상.(세연넷 익게)  (0) 2012.09.21
아빠가 많아졌다.  (0) 2012.09.20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2. 9. 26. 22: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