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쯤이면 나도 정말 어른이 되어 넓은 마음으로 품을 수 있을까

아프고 미운 마음 용서할 수 없던 그 감정들을 내가 먼저 감싸줄 수 있을까

(* 노래 - 하비누아주, '언제쯤이면')

 

 

  푹푹 찌는 여름, 시끄러운 게 싫어서 담양으로 갔다. 담양 대나무 숲에서 이 노래 가사를 흥얼거렸다. 높다랗게 솟아오른 대나무가 만들어낸 울창한 숲을 보면서 내 마음은 한결 따뜻해지고 포근해졌다. 그리고 너그러워졌다. 비록 서울로 가면 다 잊고 또 쪼그라들겠지만 그런 것은 그 때 가서 생각하기로 했다.

  동행(同行)이 안고 있는 고민을 듣고는, 그의 행간에 주목한다. 그의 눈과 입김, 말투와 행간의 몸짓을 보며 나도 그가 되었다. 그래, 그도 나처럼 외로운 사람이었지, 생각한다. 이야기가 얼추 정리된 후 나는 조심스럽게 그에게 걱정 마, 다 잘 될 거야, 라고 말했다. 그런 위로의 말을 건네며, 사실은 그보다 문제가 더 많은 나를 위무한다.  그리고는 언제까지고 우리, 대나무 숲에 있을 것처럼 앉아있었다.

 

  이렇게 초록색 길을 걷다보면 괜히 녹차라떼나 녹차 프라푸치노 같은 게 먹고 싶어지더라고.

 

  내가 한 실없는 말에 그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일어나서 또 다른 초록으로 향했다.

 

 

(글-직접 작성, 사진-효돌양 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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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3. 8. 18. 1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