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은 바람이 가져가지 못했다

 

넌 갈대고 바람이고 산이었는데

꽃이고 보석이고 아름다운 그림이었는데

너와 나는 오롯이 함께일줄 알았는데

 

바람은 우리를 갈라놓지 못했다

바람보다 무서운 것은 오해였다

작은 오해는 작은 갈퀴가 되어 우릴 할퀴었다

 

너는 거기에 없었지만

바람은 거기에 있었고

갈대는 가녀린 몸을 숨길 길 없이 흔들거렸다

 

오늘도 난 너를 잃은 슬픔에

하릴없이 시간을 허비하고

무말랭이처럼 축 처진 몸을 헐뜯는다

 

너의 마음을 싣고가지 못한

다대포 그 바람은 아직 말이 없었다

 

 

 

(글-직접 작성, 사진-www.paperda.com '악마적퇴폐'님의 사진을 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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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3. 1. 2. 1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