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바빠서 딱정벌레 하나 앉을 틈 없었어요

제 마음에도 창을 내긴 했지만 아주 작았지

벽은 물 샐 틈 없이 겹겹촘촘 막혀있어

 

현실이 갑갑할 땐 작은 창을 열어 바깥을 보아요

바깥이라고 다를 것은 없겠지요

산이 있고 들이 있고 하늘이 있겠지요

 

오늘은 창 옆에 내 맘 같이 고운 꽃 한 송이 피어 있어요

가지 말단에 생그러운 분홍 꽃망울

 

내 마음 나도 몰라요

나는 아직 부끄럽고 수줍어요

 

그러나 분홍 꽃은 아직 시들지 않았어요

내 꿈도 아직 진행 중이지요

말해질 수 없는 이야기가 여기 많이 남아 있는걸요

 

구구하게 쌓여버린 모든 짐들

다만 다 내려놓고 나를 노래하고 싶어요

이 밤이 맟도록

 

 

 

 

 

Bastakiya, Dubai, United Arab Emirates

(글-직접 작성, 사진-www.paperda.com '롤러코스터'님의 사진을 퍼왔습니다,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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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은 바람이 가져가지 못했다

 

넌 갈대고 바람이고 산이었는데

꽃이고 보석이고 아름다운 그림이었는데

너와 나는 오롯이 함께일줄 알았는데

 

바람은 우리를 갈라놓지 못했다

바람보다 무서운 것은 오해였다

작은 오해는 작은 갈퀴가 되어 우릴 할퀴었다

 

너는 거기에 없었지만

바람은 거기에 있었고

갈대는 가녀린 몸을 숨길 길 없이 흔들거렸다

 

오늘도 난 너를 잃은 슬픔에

하릴없이 시간을 허비하고

무말랭이처럼 축 처진 몸을 헐뜯는다

 

너의 마음을 싣고가지 못한

다대포 그 바람은 아직 말이 없었다

 

 

 

(글-직접 작성, 사진-www.paperda.com '악마적퇴폐'님의 사진을 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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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끝을 향해 사라져가요

해도 끝을 향해 저물어가요

당신 마음도 그 끝에 있나요

 

저는 길도 해도 붙들 방법이 없지만

길 끝에 당신의 마음이 있으리라 믿고 걸어요

길 끝에 당신의 마음을 내게로 잇고 싶어서요

 

노란 꽃도 아득한 나뭇잎도 저를 못 붙잡아요

당신의 마음보다 덜 아름다워서요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향해 달려가요

 

언젠가는 하늘의 오묘한 빛깔을 느끼며

당신과 함께 걸을 수 있겠죠?

난 몸도 마음도 작지만, 아주 작지만

내 눈 앞에 커다란 당신을 볼 수 있겠죠?

 

모든 것이 해피 엔딩이라면 재미없겠지만

슬픈 영화같은 삶이라면 그것도 별로예요

이미 당신을 알아버렸으니까 난 그냥 행복할래요

 

지금 이 순간

내 눈 앞에는 오로지 가득한 당신만 보여

참 기특해요

 

 

 

(글 - 직접 작성, 사진 - www.paperda.com 'Manic' 님의 사진에서 퍼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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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당포 앞에서 머뭇거린다

뭔가 귀중한 게 있어야 맡길 텐데

가진 것은 먼지 묻은 빈 손 뿐이었다

 

전당포 앞에서 서성거린다

내어 놓을 것이 없어 안으로 들어갈 수 없지만

마음은 괜히 여길 떠나지 않았다

 

내 능력으로는 너의 마음을 가져올 수 없었다

네 마음은 금보다 더 비쌌다

보석 같은 네 마음은 내 한숨으로 바꿀 수 없었다

 

그렇게 너를 맘대로 듬뿍 사랑했다

타올랐다 사그라들기 전 내 사랑

아까운 마음을 전당포에 팔아 넘길 수 없었다

 

어이, 총각

놓고 간 게 있다네

여기, 피어나는 아가씨의 마음 좀 가져가게나

 

돌아서던 나를 부르던 배불뚝이 전당포 아저씨

무뚝뚝한 아저씨는 이후 말을 잇지 않았다

나는 이제 막 따끈해진 네 마음을 집어든다

 

그렇게 내 마음은 가득 찼다

따끈한 두 마음은 웃고 있었다

 

 

(글-직접 작성, 사진은 paperda.com의 '페르노스' 님의 사진을 가져왔습니다)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2. 12. 18. 17:23

  오늘도 아버지께 또 쪼이었다. 왜 늦게 들어 왔느냐, 왜 너의 명줄과 돈은 상관 관계가 없느냐 등등으로 이어지는 그 분의 레파토리는 구성지다 못해 한이 맺힌 절규라 일컬어지는 판소리와도 쌍벽을 이룰만 하다. 그대는 날 성가시게 한다! 정말,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아버지의 일을 도와드리러 이름만큼이나 저속한 서비스를 자랑하는 고속터미널에 가기 위해 아버지와 지하철을 던지듯 합승하였다. 개통한 지 며칠 안되는 6호선 안에서 몇 없는 사람을 향해 추파를 던지듯 대화를 나누었다.
  '너, 그렇게 살 빼는 것도 좋지만 몸 생각해서 천천히 해야 되는 거야. 그렇게 무리해서 욕심부리면 네 몸 축난다.'
  '아빠, 아빠는 세상을 모두 아는 분 같아요.'
  7호선 태릉 입구역에서 환승하며 나는 진리를 불쑥 내밀었다.
  '하하, 뭐 내가 안 해본 일 있나? 옛날에는 말이지….'
  또 아버지의 꼬장꼬장한 무용담이 펼쳐질 것을 예지하며 난 귀를 막는 대신 아버지의 이야기를 웅성대는 사람들의 틈에서 조용히 경청하였다. 아버지.. 그 이름 만으로 미소녀들을 흥분시키진 못하지만 아직 그 단어가 어버이날에만 살아 있는 사어(死語)가 되지 않는 것이 너무나 다행이다, 이런 생각을 한 끝에 '마침내'(사실 태릉 입구 - 고속터미널은 역이 굉장히 많다) 우리의 목적지에 도착하였다. 나는 또 군말 없이 달구지의 소처럼 어버지의 자가용, 리어카를 짊어지고 싶지만 끌고 둘이 부지런히 쓰레기통에서 주워 모은 알토란 같은 우리 사랑 쓰레기들을 실어야만 했다. 평소에는 상관 없지만, 리어카가 만차되었을 때는 그것을 끌 때 '조혜련의 다이어트 댄스'를 보거나 따라하는 일만큼 싫었다. 그리고 사람들의 비웃는 듯한 표정들은 나를 환멸에 빠지게 했다. 이렇게 일만큼은 고되지만 그 외적인 분야(?)에서는 거의 프리패스 수준이었다. 즉, 나는 공짜로 가게에서 우유를 먹거나 자정면 집에서 자장면도 먹으면서 크림 소스를 바른 와플까지 마음만 먹으면 먹을 수 있었다.

  '여기서 자장면 먹고 가.'
  '아빠는 안 드시게요?'
  '난 너 먹는 것만 보면 배불러.'
  '여름방학 다이어트 프로젝트'도 무색해진 듯. 난 자장의 유혹에 자장 법사와 달리 넘어가 버렸다. 하루 쯤은 괜찮겠지, 운동하면 될거야, 리어카도 끌었는데, 하는 식의 위로 섞인 핑계로 자기 위무를 하고 말았다. 배고플 때 자장면 한 줄기를 무색케하는 한 그릇을 설거지하기 편하도록 배려해 드렸다. 난 청소하러 또 다시 떠나신 아버지를 찾았다. 자장면 덕에 조금 둔해진 내 몸을 이끌고 아빠, 하고 불렀다. 그 때 보이는 건 저 앙상한 골격. 요즘 팔, 다리 많이 주물러 드렸는데……. 청소복을 입은 아버지의 어깨가 너무 비어있는 것 같았다. 갑자기 앙상한 부끄러움이 전류를 타듯 내 온 몸에 흘러 내렸다. 왜 이리 슬프고 눈물이 나오던지.
  '이제 가, 11신데 막차 놓칠라.'
  '네.'
  차마 내 몸이 힘들어서 '더 도와드리고 싶어요,'라는 인사성의 발언을 할 수 없었다. 장위동으로 오는 지하철. 돌곶이에서, 나는 아버지의 앙상한 골격을 보며 부끄러움에 치를 떨었다. 앙상한 부끄러움 때문에. 사실 유치한 두려움이 앞섰다. 내일이라도 그 분이 이상해질까봐, 한없이 기도하고 싶다. 기도하다가 차라리 내가 이상해지는 한이 있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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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2. 12. 6. 18:18
1998년 겨울, 나에게 경사스러운 일이 발생하였다. 합격.

의외의 선물을 받은 사람처럼 달뜬 기분. 나는 '기인열전'이라는 프로에라도 나가 공중부양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것은 단지 기쁨의 영역에 한정될 뿐이었다. 결코 '내가 잘해서 된 거야,'라는 인과의 범주에 닿지는 않았다.

불필요한 만용같은 겸손은 아니다. 내 능력이 아니라 온전히 하나님의 역사였다, 고 말하는 것은,

그것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오는 것처럼 당연한 것.

내 성과물은 평소에 멀리뛰기 선수가 자신의 최고 기록을 1미터 이상 경신한 것과 비슷하다.

그러니 어떻게 내 능력으로 이를 돌릴 것인가, 그것은 다분히 예의 없고 무책임한 태도인 것이다.



일엽편주에 내 몸을 의지한 채 말 그대로 쏜살같이 13년이 흘렀다.

그것이 코 한 번 흥, 하고 풀었다고 그 세월이 흘렀다는 말을 하려는 것은 아니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나는 '모년 모월 모시'에 대한 기억이 전무했다.

그저 대부분에게 유익한, 그러면서 내 사리사욕을 채울 수 있는 일들만 도모했을 뿐이다.

그렇게 이기적으로 보내다 보니, 세월은 하릴없이 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나를 독수리 오형제처럼 지켜준 것은 예배당의 십자가였다.
 
소예배실이 없어진 것은 교회에 다소간 화가 났지만

그래도 나는 집에서, 교회에서, 직장에서, 학교에서, 숨쉬는 순간마다

"온전히 남는 침묵"이 나와 함께였다. 감사하게도, 여전히.



나의 오래된 테이프와 함께 남아있는 아름다운 추억 16곡을 소개한다.

세세한 이야기보다는 지금까지 나에게 커다란 감동을 준, 그래서 나를 '울린' 가사 일부를 적는다.



1. More than Wonderful - Sandi Patti

He's more than amazing, more than marvelous

More than miraculous could ever be

He's more than wonderful

That's what Jesus's to me




2. 서른을 바라보며 - 여행스케치

아름답게 간직하고픈 가난했던 날들

알아주는 사람 없지만 후회하지 않아

아름답게 간직하고픈 가난했던 날들

알아주는 사람 없지만 후회하지 않으리




3. 뽐므에게 - Ravie Nuage 

어느 날 나에게 물었지, "어디로 갈까?"

한걸음 내딛지 못한 채, 눈물만 흘러




4. 해피 엔드 - Toy

너의 앞에 서면 난 언제나 열 일곱 소년

너에겐 세상 제일 멋진 남자 되고 싶은걸




5. 오직 예수 - 김명식

내 모든 승리로 주님께 영광을

나의 힘 나의 소망 오직 예수




6. I love you Song - Jubi

I love you

너의 곁에서 늘 나와 함께 빛나던 날들




7. 너무 다른 널 보면서 - 이소라 

너를 닮아가는 건 나를 잃을 뿐인데

그냥 여기서 널 기다릴게

이제 너무 다른 널 보면서




8. 모퉁이에서 - 노영심(연주곡)




9. 비노그라드바 - 냉수 한 그릇

내가 나 때문에 부끄런 날은 내가 나 때문에 속상한 날은

눈 덮힌 벌판으로 달려가 시린 손가락으로 글씨를 쓴다

"하나님 제가 또 그랬어요"




10. 저 장미꽃 위에 이슬 - 찬송가 

밤 깊도록 동산 안에 주와 함께 있으려 하나

괴론 세상에 할 일 많아서 날 "가라" 명하신다

주가 나와 동행을 하면서 나를 친구삼으셨네

우리 서로받은 그 기쁨을 알 사람이 없도다




11. 닮았잖아 - 이소은

아침엔 아무 일 없는 듯 담담하게 일어나 운동하고

거울 속 얼굴에 묻은 내 눈물의 흔적을 없애려 세수를 해

하지만 너는 남아있어




12. 완소그대 - 서영은

둥근 몸에 허리조차 없는데

평범한 내 모습이 특별해 보인대

거울보고 요리조리 살펴도 뭘 좋아하는 건지

넌 특이한 사람 좋아하나봐




13. 시계 - 브라운 아이드 소울

더는 사라지지 않는데 견딜 수가 없는데

지난 날 찾을 수만 있다면

모든 걸 되돌릴 수 있다면




14. 지금은 새벽 세시 반 - WHITE

'잊으려고 애쓰는 건 잊지 않기 위함'이라는 사실을 난 이제야 알았는 걸

지금은 새벽 세시 반




15. 아침식사 - WAX

그댈 사랑해요

그댈 선택한 걸 후회하지 않아요

나 잘할 거에요

이젠 나 때문에 행복하도록 영원히




16. 하나님 나의 힘이 되시며 - 김수지(Outro)

하나님 나의 힘이 되시며 언제나 동행하여 주시니

메마른 골짝길을 다닐지라도

샘물이 터짐 같이 나의 삶 주 안에 거하네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2. 11. 30. 09:49

고 3 때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학업으로 15톤 이상의 스트레스를 받은 돼지는 떡이 되어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 도상에서 내가 즐겨다니는 교회. "기도를 하였다"고 거창하게 이야기하고 싶지만

기도를 잘 하지 못하였기에, 실은 그냥 눈을 감고 있는 채 기도의 자세를 취하고

한참동안 있었다. 얼마의 시간이 흐른 후, 눈을 떠 보니 나와 십자가만이 어두운

소예배실에 함께 있었다. 그리고 그 곁에는 "온전히 남는 침묵"이 나를 지켜주었다.

그 뒤 어려웠을 때마다 "온전히 남는 침묵"은 나와 함께해주었고, 아직 이렇게 나는

살아있다.



나의 오래된 테이프와 함께 남아있 는 아름다운 추억 11곡을 소개한다.

세세한 이야기보다는 지금까지 나에게 강한 감동을 준, 그래서 나를 '울린'

가사 일부를 적는다.



1. More than Wonderful - Sandi Patti

He's more than amazing

More than marvelous

More than miraculous could ever be

He's more than wonderful

That's what Jesus is to me



2. 서른을 바라보며 - 여행스케치

아름답게 간직하고픈 가난했던 날들

알아주는 사람 없지만 후회하지 않아

아름답게 간직하고픈 가난했던 날들

알아주는 사람 없지만 후회하지 않으리



3. 두려움을 버려 - BASIS

의미 없는 날들이 자꾸만 반복되고 시간의 흐름조차 희미해져 버렸어

내 소원 나의 느낌들 모두 생각 속에 있을 뿐 잡히지 않아

주위의 상황에 자존심이 결정된다고 생각하지마

그까짓 이유로 니 판단에 변활 가질 필요는 없어

이제는 버려봐 내 안에 두려움 모두 어른이 되기 전부터 완벽할 순 없는 걸

실수가 있더라도 괜찮아 용기를 잃어선 안 돼 두려움을 버려봐



4. -1 - EZ2DJ 1st track(연주곡)



5. 오직 예수 - 김명식

내 모든 승리로 주님께 영광을

나의 힘 나의 소망 오직 예수



6. I love you Song - Jubi

I love you

너의 곁에서 늘 너와 함께 빛나던 날들



7. 가족 - 이승환

가족이라고 할 수 없는 얘기

따로 돌아누운 외로움이 슬프기만 해요 아무 이유도 없는데

사랑하는 나의 마음들을 그냥 말하고 싶지만 어색하기만 하죠



8. 모퉁이에서 - 노영심(연주곡)



9. 비노그라드바 - 냉수 한 그릇

내가 나 때문에 부끄런 날은 내가 나 때문에 속상한 날은

눈 덮힌 벌판으로 달려가 시린 손가락으로 글씨를 쓴다

"하나님 제가 또 그랬어요"



10. 물 위를 걸으라 - 아침

언제나 당신과 같이 있는 주님께 기도하면

물 위를 걸으라 물 위를 걸으라

언제나 당신과 같이 있는 주님께 기도하면

......



11. 너에게 나를 바친다 - 이소라

생각해봐 왜 이러는지

왜 너만 원하는지

그렇게 채이고 또다시 도전하는 기분을

넌 아마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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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2. 11. 30. 09:46

 

 

흐드러진 꽃과 부서지는 햇살을 보며

나는 당장 멋진 말을 생각했지

어떻게 표현하면 적확하고 짜릿할까, 하고

그야말로 환상적인 광경을

나는 순간을 포착한 채 놓치고 싶지 않았지

마치, 위대한 사진작가, 까르띠에 브레송이나 된 양

 

 

하지만 그건 확실하겠지

인디언 옐로우 빛 햇살과 티타늄 화이트를 머금은

이런 꽃들은 한철이라는 걸

 

 

너와의 사랑은 어떤 색깔일까

프러시안 블루나 반다이크 브라운일까

아니면 나조차도 표현하기 힘든 색깔일까

그림을 그리고 싶을 정도로 벅차오르는

이런 감정마저 대자연의 풍광 앞에 사그라들어

내 앞에 보이는 것은 자연이 주는 감동

 

 

꽃들에겐 온통 계절 뿐

 

 

(사진은 PAPERda.com '결국엔독백'님 글에서 가져왔습니다)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2. 11. 28. 18:32

어린이책 작가가 되려는 그대에게 조심스레 묻습니다.

 

다른 노동자들은 하루 8시간씩 자기의 전문 분야에서 일을 합니다.
당신은 하루 8시간을 책읽고 동화 구상과 글쓰기에 바칠 각오가 되어 있습니까?

 

어느 분야의 전문가든지 3년 정도의 수습기간을 거치고 10년 이상 그 일에 종사해온 사람들입니다.
당신은 10년 이상 동화쓰기에 전념할 각오가 되어 있습니까?

 

다른 사업가들은 매장을 꾸미거나 또는 공장을 세우는데 많은 비용을 투자합니다.
당신은 당신의 서가와 영혼을 위해 그 정도의 투자와 노력을 할 각오가 되어 있습니까?

 

다른 사업가들은 고객의 욕구를 파악하고 그것에 맞춰 서비스나 제품을 만들어 제공하려 애씁니다.
당신은 어린이 독자의 욕구를 알려고 노력합니까?

소비자에게 꼭 필요한 제품을 만들겠다는 프로정신이 있습니까?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부탁드립니다.

 

* 도서관의 어린이실이나 대형 서점의 어린이책 매장에 일주일에 한 번씩 가세요.

   두 시간 이상 그 곳에 머무르세요.

 

* 길거리에서 만나는 모든 어린이들과 그들의 대화를 유심히 관찰하세요.

 

* 생태관련 다큐멘터리를 꼭 보세요.

 

* 어린이문학 관련 잡지와 자기 관심분야 잡지를 꼭 구독하세요.

 

* 시집을 한 달에 한 권 이상 사세요. 하루에 한 번 들춰보세요.

 

* 동화책 외의 일반 소설, 역사교양서와 예술관련 서적도 한달에 10권 이상 읽겠다고 다짐하세요.

 

* 음악회와 각종 공연(서커스나 마술쇼도 좋습니다), 미술전시회에 한 달에 한 번 이상 가세요.  

 

* 어린이가 나오는 비디오를 꾸준하게 빌려다 보세요.

 

.... 취미생활로 동화작가가 되고자 한다면 이런 사항을 다 무시하셔도 됩니다.

 

 

- 『동화 쓰기 특강 : 동화작가 임정진의 실전 노하우, 임정진, 2008, 지식의 날개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은 어렵고 힘들다

3D에서 '위험하다'는 요소는 빠졌지만, 어쨌든 그런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폐사원이 되지 않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나는 내 일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욕을 먹고 싶지 않은 사람이니까

지금은 빈 틈이 많아(보여)도 결국 내가 있는 게 이 팀에 해가 된다는 말은 듣고 싶지 않으니까

 

오랜만에 쉬는 날, 도서관에서 몇 꾸러미의 책을 대출한 후 한 권씩 펼쳐본다

아른거리는 활자가 나와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듯 어색하다

그것은 책 읽고 글쓰는데 물리적인 시간을 투여하지 않은데 대한 미안함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에 다니며 멀쩡히 옷을 입고 밥을 먹고 잠을 잔데 대한 미안함일 것이다

책상머리에 앉아 책만 보면 이렇게나 행복한데

자기 전 책에 대한 생각만 하면 이렇게나 행복한데

피로한 몸으로 일거리만을 쫓아다녔기 때문에 그 무엇도 하고 싶지 않았다는 말은 변명일 것이다

 

사실 내가 걷고 있는 길과 내가 하고 있는 행동 자체에 어떤 답이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나는 세상과 삶이 요구하는 가치를 적절하게 절충하며 살고 있는 거니까

내가 좋아하는 밥과 음료수 정도를 먹고 마시기 위해선 이렇게밖에 할 수 없는 거니까

그것은 지금 내가 다니고 있는 직장이나 하고 있는 일이 소중하다는 말 자체와도 연결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젠가는, 순진한 건지 유치한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오롯이 글만 써도 생활이 가능할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있다

 

그렇게 되기 위해 감당해야 할 반짝거리는 노력은 애써 무시한 채

위에 열거해놓은 동화작가로 향하는 노력은 알면서도 일단 덮어둔 채

 

체계적이지 못한 채

일단 열심히 하면 뭐라도 되겠지, 라는 생각만 가진 채

너희들은 내 편이니까 세상은 내 편이니까, 라는 대책없는 생각만 가진 채

 

무엇하나 떠오르는 스토리는 없지만

떠오르는 스토리도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지만

신경쓰며 노력하면 '언젠가는' 내 반짝이는 감성으로 어떤 글이든 쓸 수 있다고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나의 글을 쓸 수 있다고

 

그곳이 엘도라도(이상향)나 오아시스가 아니라 단지 신기루일지라도

그 이상이 바람떡이나 공갈빵 같은 것일지라도

그것은 그것 나름대로 의미있을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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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2. 11. 8. 18:45

  제가 나이가 들어 자서전을 쓸 수 있다면, 그 때 상당히 열심히 살았다고 제 인생을 되돌아보고 싶습니다. ‘성공시대인생극장프로그램 같은 길거리에 자주 밟히는 어려운 형편에서도 낙담하지 않고 역경을 이겨낸이야기는 흔하게 느끼실 수도 있겠지만 이는 제가 살아온 32년 간의 삶에 꼭 맞아떨어지는 말이기도 합니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께서 편찮으셔서 경제활동을 하지 않으신 연유로 많은 아르바이트를 하고, 장학금을 받아가며 힘겹게 대학 생활을 마쳤고, 지금까지도 부모님의 모든 생활비를 충당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저축은 제 습관이고, 절약은 제 일상이 되었습니다.

  빡빡한 일상을 견디다보니, 제 일생에 독서는 유일한 낙이자 편한 친구였습니다. ‘OOO는 제가 대학교 1학년 겨울방학 때(20002) 고속터미널에서 신문·잡지 가판대 아르바이트를 하며 알게 된 잡지입니다. 독서를 하고 싶어서 들어간 그 곳에서 저는 우울했던 제 삶에서 아름다운 삶을 꿈꾸는활력 넘치는 문체를 곳곳에서 느낄 수 있었고, 그날부터 과월호를 구해 읽을 정도로 팬이 되었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제가 가고 싶었던 국문학 대학원을 포기하고 직장생활을 시작한 것도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급하게 구한 직장이라 대부분 계약직으로 회사에 근무하다가 사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현재(2011년)도 환경부 산하기관인 이 곳에서 계약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태인 계약직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혹시 제가 전직의 경험이 많다는 사실에 근무하다 중간에 포기할 수도 있지 않을까는 의구심을 가질 수도 있으시겠지만, 저는 기본적으로 부지런하고 꼼꼼하며 약속을 누구보다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기 때문에 정규직형태의 계약이 된다면 근태관리를 잘 하고 장기근무 할 수 있음을 약속드립니다. 섣부른 약속이나 허황된 공약이 아닙니다.

  물론 직장 경험이 5년 정도 되고 막내 생활을 오래 했기 때문에 선배님들과의 커뮤니케이션, 기본적인 기획·총무·서무 업무는 누구보다 더 잘 할 자신 있습니다선배들에게 일 하나만큼은 잘 한다는 평을 들은 바 이 곳에서도 그런 평판을 들을 수 있게 열심히 하겠습니다.

  OOO와 함께 얼마 남지 않은 젊음을 이곳에서 열정이라는 이름으로 승화하고 싶습니다. OOO를 오랫동안 보아 왔지만 백 마디 말보다 겸양의 자세로, 하지만 적극적으로 하나씩 선배님들께 배워나가겠습니다. 하루하루 생활을 누구보다 착실하게 해 나가 회사의 성장 발전에 후선에서 음양으로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그리하여 저와 비슷한 우울한 사람들이 이 책을 보고 밝은 생각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어느 잡지사의 직원 채용 공고를 보고 2011년에 썼던 자기소개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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