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을 것 같았다

내 앞에는 커다란 호수와 두툼한 눈밭

건너편에서 너는 어서 오라고 손짓하는데

닿을 수 없는 우리 사이엔 더 이상 무엇도 닿지 않았다

 

운명은 우리를 거슬러 더 멀리 가라고 했다

눈물 같은 게 땅에 떨어졌지만 이내 모습을 감추었다

내 말은 바람소리 탓에 들리지 않았고

내 눈빛은 눈부신 햇살 탓에 옅어지고 있었다

 

전쟁 같은 세상 속에 서 있는 우리,

그 사이를 좁히려면 얼마나 많은 기다림과 고비를 넘어야 할까

나는 너 있는 자리에 갈 수 있을까

그 자리에 너는 저기 저 나무처럼 언제까지고 서 있을 수 있을까

 

놓아지지 않는 네 손을 놓아버리고

운명은 내 눈을 멀게 하고

상황은 네 입을 막아버렸지만

그래도 기억은 자유로워

멀어지는 네 모습을 부단히 네 마음속에 담는다

 

네가 묻어있는 저기 저 나무와 호수, 갈매기에게 내 마음도 듬뿍 묻힌다

너와 내가 그들 속에서만이라도 함께하길 바라며

이제 나도 세상 속에 떠내려간다

너를 더 이상 알지 못한 채, 네가 없는 세상 속으로

 

 

(글-직접 작성, 사진-효돌양 님, 2010년 홋카이도 토야 호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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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반가워!

너 지금 혼자니? 나도 여기 혼자 왔는데.

지금 무얼 보고 있는 건지, 애들이 안 놀아주는 건지, 그런 건 묻지 않을게.

중요한 거는 너와 내가 이렇게 마주하고 있다는 거니까.

 

나는 나대로, 또 너는 너대로 여기 이렇게 살아왔지만

때로 옳은 길로 가다가, 중간에 다른 길로 새기도 하고 그렇겠지만

시간의 흐름에 따라 계속 이렇게 흘러가겠지. 

 

그저 난

어딘가를 무던히 응시하는 네 모습과

그저 혼자라도 가는 다리를 꼿꼿이 들고 서있어야 하는 삶이

나랑 너무 닮아서, 그래서 한 번 말을 걸어봤어.

 

네가 안개 속에서 나는 법을 잊어버리지 않는 것처럼

나도 앞이 보이지 않는 좁은 길을 의연하게 걸어갈게.

 

다음에 널 만날 때는, 서로 좀 더 편안하기를.

 

 

(글-직접 작성, 사진-효돌양 님, 2013년 비가 내리는 어느 날 화성 궁평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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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쪽이 맞는 걸

 

왼쪽으로 가야 할까, 오른쪽으로 가야 할까

직진을 해야 할까, 유턴을 해야 할까

여기서 쉬어야 할까, 아니면 계속 걸어가야 할까

 

다시 너를 만날까, 아직 기다릴

얘기를 할까, 미소만 보낼까

이만 보낼까, 아니면 조금 더 붙잡아야 하는 걸까

 

수 많은 선배들이 걸어간 길을 그저 부러운 눈길로 바라보며

나보다 가진 것이 훨씬 많은 그분들을 선망하며

그에 비해 이룬 것도, 할 수 있는 것도 없음을 책망하며

 

이런 못난 나를 지탱해줄, 확고한 이정표 하나 필요한

세찬 비 내리는 어느 늦은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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