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은 바람이 가져가지 못했다

 

넌 갈대고 바람이고 산이었는데

꽃이고 보석이고 아름다운 그림이었는데

너와 나는 오롯이 함께일줄 알았는데

 

바람은 우리를 갈라놓지 못했다

바람보다 무서운 것은 오해였다

작은 오해는 작은 갈퀴가 되어 우릴 할퀴었다

 

너는 거기에 없었지만

바람은 거기에 있었고

갈대는 가녀린 몸을 숨길 길 없이 흔들거렸다

 

오늘도 난 너를 잃은 슬픔에

하릴없이 시간을 허비하고

무말랭이처럼 축 처진 몸을 헐뜯는다

 

너의 마음을 싣고가지 못한

다대포 그 바람은 아직 말이 없었다

 

 

 

(글-직접 작성, 사진-www.paperda.com '악마적퇴폐'님의 사진을 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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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뎌진 입술 투박해진 내 손이

멈춰있던 내 맘이

살며시 녹아 부드러워져

 

가만히 들어봐

살며시 다가와

바람이 불어와 내게로

 

- 브라운 아이드 소울, 'Blowin My Mind'

 

 

 

 

  브라운 아이드 소울은 바람을 정말 좋아하는 것 같다. 이 곡 'Blowin My Mind' 가사에도 바람이 나오고, 'My Story'에도 바람이 나온다. '바람인가요'라는 노래도 있고 나얼의 새앨범 타이틀곡도 '바람 기억'이다. 아마 찾아보면 더 나올지도 모르겠지만, 일단 내가 아는 곡만 해도 꽤 많은 횟수의 바람이 이 가수가 부른 노래 가사에 들어가 있다.

  바람의 속성이 무엇인데 이렇게 다른 자연물보다 유독 애착을 많이 갖고 가사로 넣었을까. 바람이 불 때의 시원한 느낌, 고립되고 정체되어 있는 방 안의 공기를 환기시켜줄 때의 상쾌한 느낌, 이곳에서 저곳으로 그러니까 속박에서 자유로 향한다는 느낌 같은 것일까.

  위에서 말한 모든 바람의 속성을 다 그네들의 노래 가사에 대입하여 생각해도 맞을지 모르겠다. 다 바람의 근본 속성이니까. 그런데 나는 그리 생각했다. 내가 정작 주목한 것은 바람이 내게로 불어오면 공허한, 허전한 내 마음이 바람으로 꽉 채워진다는 것이었다. 바람은 설레는 마음을, 속삭이는 메시지를, 아름다운 노래를 내게 가져다줄 수도 있겠다는 생각. 그래서 비어있는 내 마음이 믿음으로, 소망으로, 사랑으로 채워지고, 냉증이 온기로 바뀌는 현상에 대한 생각.

  이런 바람을 온몸으로 맞게 되면 바람(wind)이 긍정적인 방향의 바람(wish)로 바뀌게 된다. 표정 없던 내 얼굴에도 미소가 번지게 되고 잠시나마 인류애와 세계평화 등을 마음 속에 품게 되기도 한다. 콧노래가 나오고 어깨를 살짝 들썩인다. 그야말로 내 마음에도 산들산들 바람이 불어온다. 회사와 아르바이트, 기타 많은 신경쓸 일로 누적된 피로가 일시적으로 잊혀진다. 그리하여 나는 무엇에 홀리기라도 한 듯이 'Blowin My Mind'를 듣고 또 듣는다. 내가 현실과 충돌하느라 잠시 잊었던 바람(wind)과 바람(wish)을 상기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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