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은 끝을 향해 사라져가요

해도 끝을 향해 저물어가요

당신 마음도 그 끝에 있나요

 

저는 길도 해도 붙들 방법이 없지만

길 끝에 당신의 마음이 있으리라 믿고 걸어요

길 끝에 당신의 마음을 내게로 잇고 싶어서요

 

노란 꽃도 아득한 나뭇잎도 저를 못 붙잡아요

당신의 마음보다 덜 아름다워서요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향해 달려가요

 

언젠가는 하늘의 오묘한 빛깔을 느끼며

당신과 함께 걸을 수 있겠죠?

난 몸도 마음도 작지만, 아주 작지만

내 눈 앞에 커다란 당신을 볼 수 있겠죠?

 

모든 것이 해피 엔딩이라면 재미없겠지만

슬픈 영화같은 삶이라면 그것도 별로예요

이미 당신을 알아버렸으니까 난 그냥 행복할래요

 

지금 이 순간

내 눈 앞에는 오로지 가득한 당신만 보여

참 기특해요

 

 

 

(글 - 직접 작성, 사진 - www.paperda.com 'Manic' 님의 사진에서 퍼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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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2. 12. 26. 16:29

 

 

 

 

 

 

전당포 앞에서 머뭇거린다

뭔가 귀중한 게 있어야 맡길 텐데

가진 것은 먼지 묻은 빈 손 뿐이었다

 

전당포 앞에서 서성거린다

내어 놓을 것이 없어 안으로 들어갈 수 없지만

마음은 괜히 여길 떠나지 않았다

 

내 능력으로는 너의 마음을 가져올 수 없었다

네 마음은 금보다 더 비쌌다

보석 같은 네 마음은 내 한숨으로 바꿀 수 없었다

 

그렇게 너를 맘대로 듬뿍 사랑했다

타올랐다 사그라들기 전 내 사랑

아까운 마음을 전당포에 팔아 넘길 수 없었다

 

어이, 총각

놓고 간 게 있다네

여기, 피어나는 아가씨의 마음 좀 가져가게나

 

돌아서던 나를 부르던 배불뚝이 전당포 아저씨

무뚝뚝한 아저씨는 이후 말을 잇지 않았다

나는 이제 막 따끈해진 네 마음을 집어든다

 

그렇게 내 마음은 가득 찼다

따끈한 두 마음은 웃고 있었다

 

 

(글-직접 작성, 사진은 paperda.com의 '페르노스' 님의 사진을 가져왔습니다)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2. 12. 18. 17:23

시간이 흐르면서, 내 안에 이야기가 차곡차곡 늘어나면서, 느끼는 것들.

 

말하지 않은 것들이 언급된 것보다 더 많다는 것.

말할 수 없는 것들이 이미 말한 사실보다 훨씬 더 많다는 것.

저마다 품고 있는 마음은 제각각이지만 세상과 절충하느라 그 마음을 열에 하나도 미처 꺼내지 못한다는 것.

 

인간극장을 누구나 찍는다는 것.

사람마다 펼치지 못한 아쉬운 순간이 있다는 것.

별스러워 보이지 않는 사람에게도 무한대의 이야기가 숨어있다는 것.

 

애써 잘난 척, 있는 척 하는 모습이 대부분 손해라는 것.

싫어하거나 마음가지 않는 사람에게 아무 행동도 하지 않는다는 것.

튀지 않는 게 편안하다는 것.

 

어렸을 때 가지고 싶은 것은 다 가졌으면서도 정작 아무 만족도 못한다는 것.

삼십 대가 되었지만, 어렸을 때보다 무서운 게 더 많다는 것.

그럼에도 멋있게 보이려면 무서운 척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

그렇게 나를 지켜줄 파라솔이 언제나 우뚝 서 있을 거라고 오해한 것.

 

난 이토록 어리석은 말과 행동을 많이 뱉었다는 것.

그렇게 소통에는 영 잼병이었다는 것.

나의 자만과 착각으로 당신의 마음을 더 어둡게 했다는 것.

 

달라져야겠다고 생각하지만, 작심삼일을 못 벗어난다는 것.

태도도, 행동도, 몸도, 마음도, 너에 대한 사랑도,

결국 모든 것이 내 위주, 나 먼저였다는 것.

 

밑도 끝도 없이 미안하다고 뱉어버린 말은 가장 멋진 클리셰라는 것.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잠시만요, 죄송하지만, 이라는 겉 같은 단어를 쓰고도 아무렇지 않다는 것.

그 가운데 으뜸은 좋은 게 좋은 거지, 라는 것.

 

매일 나만의 가면놀이를 하면서

오늘은 파란 가면, 어제는 노란 가면을 골라쓰면서

해가 지는 밤이 오면

그래도 오늘도 열심히 했어, 라며 혼자 자위하는 것.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2. 10. 29.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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