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게 뻗은 저 길의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너와 나는 길 끝에서 웃고 있을까

 

길은 무어라 말하고 있을까

아직 네 삶은 다 지나간 게 아니라고 할까

어제는 잔뜩 흐렸지만 오늘은 밝고 맑아졌듯

그냥 이 길을 쭉 걸어가면 되는 거라고 할까

 

아니면

이렇게 그분께서 맑은 하늘과 양지바른 땅을 주셨으니

너와 너를 둘러싼 모든 것은 감사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을까

 

푸르른 초원과 새하얀 구름은

달리는 우리를 기쁘게 맞아줘서 기뻐

눈부신 너도 내 옆에 있어줘서 기뻐

이 길 끝에 놓인 희망을 품어줘서 기뻐

 

적어도 손익계산서나 대차대조표 따위는 생각하지 않아도 좋을

고차방정식이나 로그 같은 것은 기억하지 않아도 좋을

이 축복된 낮이 저물지 않기를 기대하며

 

부디 행복하기를, 편안하기를

 

 

(글-직접 작성, 사진-페이퍼다닷컴www.paperda.com '사진방'에서 '익숙한불편함' 님의 사진을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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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3. 1. 30. 17:50

 

 

 

 

눈이 앉은 체코 체스키크르믈르브는 말이 없었다

이십대 나는 내 좌표를 잃어버렸고 도망치듯 한국땅을 내 버렸다

 

 

내 안에 산적한 문제가 절로 눈 녹듯 사라질 것 같은 생각은 착각이었다

저기 저 녹지 않은 눈처럼 내 마음에서 날 괴롭히는 문제는 녹지 않고

눈덩이처럼 불어나 나를 못살게 했다

상황은 사람은 여건은 내가 조절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무력한 나에 대한 절감 끝에 상황 상황마다 할 수 있었던 것은

한숨과 절규, 원망이 섞인 기도 뿐이었다

기도로 내가 얻었던 것은 그분께서 주신 온전히 남는 침묵 뿐이었다

나는 그 침묵의 무거움을 이해하거나 받아들일 수 없었다

곧장 아무런 변화나 기적이 나타나지 않음에 대해 탄식하고 절망했다

그리고 난 머리 끝에 비듬처럼 붙어있는 내 못된 습관을 버리지 못했다

 

 

이후 내 능력과 노력으로 되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다만 지금도 난 온전히 남는 침묵을 경험한다

힘주어 간구하면 아주 좁고 불편한 오솔길 하나를 주심을 경험한다

그 길을 걷고 계속 걸으며 덥고 춥고 답답함을 때로 원망하지만

그분이 없었다면 이런 길조차 얻지 못했을 나 자신을 돌아보며 안도한다

길을 걷다가 난 그분과 대화하고 항상 날 위무하는 그분을 보며 힘을 얻는다

지금 내가 처한 상황과 여건이 타인의 눈에 부족하고 허접해보여도

설령 조금도 그 상황과 여건이 나아지지 않더라도

내가 걷는 좁고 불편한 오솔길의 끝에 광명이 드러날 것을 알고 믿기 때문에

확신을 갖고 난 이 길을 열심히 걸어본

그 길에서 때때로 마주치는 사람들과 인사하며

웃기 힘든 상황이지만 누런 이를 드러내며 억지로 웃어보인다

 

 

앞으로도 이 길을 걸으며 웃을 일이 많았으면 좋겠다

 

 

 

 

(글 : 김-랜도, 사진 : '효돌양'님. 사진 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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