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할 것 같았던

마음속의 봄은 그렇게 지나가버렸다

누가 볼 새도 없이 저 혼자 피고 져버린 저 갈대처럼

 

작아져버린 봄과 함께

고요함으로 치장한 호수 속에

마음에 묵혀두었던 응어리를 놓고 간다

환난도 미움도 아픔도 고뇌도

내 모든 추악한 죄도 함께 두고 간다

 

그동안은, 그랬다

 

삶은 그렇게 어려운 것이라고

상처에 딱지가 앉아 아물기도 전에 날 할퀼 것이라고

우는 것만으로는 아무 것도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누구도 내게 이야기해주지 않았다

 

꿈이라고 현실이 아니라고

차마 고개를 흔들고 싶다고

눈을 감아버리고 싶다고

온몸으로 나를 지우고 싶다고

 

상황이 감각이 의지가 책임이

나를 뾰족하게 만들었다

도망치는 발걸음을 좀 더 빠르게 만들었다

하지만 등속원운동으로 움직여도 아무 소용없었다

그것은 제자리걸음과 마찬가지였다

 

이제야, 알았다

 

이제

조금씩 속도를 좇아가고자 한다

나를 받아주지 않는 사막 같은 현실 속에서

홀로 오아시스를 만들며 살아가고자 한다

나를 보는 사람들에게 안녕, 이라고 수줍게 인사하고자 한다

 

서른 다섯의 나를 그렇게 채찍질하고자 한다

 

 

 

(글-직접 작성, 사진-효돌양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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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4. 5. 10. 20: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