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이었다. 아침에 관리인이 물을 주고 있었다. 이파리와 줄기에 가득 머금은 물이 반짝였다.

  나는 낯선 땅에 와 있었지만 너와 함께라 낯설지 않았다. 너는 웃으며 연방 사진을 찍었고, 나도 내 마음에 멋진 풍경을 새겼다. 풍경에 비해 별로 멋지지 않은 나를 기꺼이 안아준 네가 옆에 있다 생각하니 뿌듯하고 애틋해졌다. 그리고 네가 참 기특하다고 생각했다.

  그 순간만은 그랬던 것 같다. 우리를 싸고 펼쳐질 아름답지만 고된 미래 같은 것은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감정과 감정이 오고가며 생길지도 모르는 즐겁지만 힘들고 슬픈 시간 같은 것도 마찬가지였다.

  너와 내가 백년가약을 맺었지만 우리가 서로 진정한 교감을 하기 위해서 건너야 할 강은 멀고도 깊을 텐데. 한 시간 남짓 걸려 행한 그 찬란한 의식 끝에 남는 것은 단조로운 삶들인데. 오롯이 버텨내야 할 많은 대화와 행동이 운명처럼 우리 앞에 있을 텐데.

  그 때 그 순간 스쳐가는 많은 생각을 뒤로 하고, 너는 계속 사진을 찍고 나는 사진을 마음에 담아두었다.

 

 

  신혼여행 모습을 사진으로나 보게 될 때, 주변이 정리되고 한가로이 책을 보면서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너와 나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너의 삶이 나의 삶이 되고 나의 삶이 너의 삶이 되는 경지라면 좋겠지. 딱딱하고 서먹한 분위기가 부들부들해질 수 있다면 그땐 우리의 관계가 좀 나아질 수 있겠지.

  아직 잘 모르겠지만 그것 하나만큼은 알 것 같았다.

  우리의 사랑은, 관계는 이제부터라는 것. 결실이 아니라 이제 막 파종을 했을 따름이라는 것.

 

  (글-직접 작성, 사진-효돌양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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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4. 1. 25. 22: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