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홍이는 이상한 기분이 풀리지 않았어요. 옆에 둥둥 떠 있는 빵빵이를 불렀죠.

  “빵빵아, 빵빵아.”

  빵빵이는 자고 있었어요. 잠에서 덜 깬 말투로 대답했지요.

  “, 분홍아.”

  분홍이는 빵빵이에게 말했어요.

  “원래 난 분홍 꽃만 생기는 분홍 연꽃이잖아. 그런데 나한테 하얀 꽃도 이렇게 피어났네. 왜 이럴까? 내가 좀 아픈 건가 해서.”

  “글쎄, 나도 잘 모르겠어. 너희 연꽃 애들을 내가 어떻게 알겠니.”

  “그래? 그럼 누가 내 궁금증을 풀어줄 수 있을까. 개구리밥은 알까?”

  그리고는 호수 위에 반쯤 떠 있는 개구리밥을 힘껏 불렀어요.

  “개구리밥아. 나야 나, 분홍이.”

  “, ? 분홍아, 너한테 하얀 꽃도 같이 생겼네. 정말 예쁘다. 분홍 꽃과 하얀 꽃이 함께 있으니.”

  푸릇푸릇한 웃음을 띤 채 개구리밥이 분홍이에게 말했어요. 분홍이는 안 그래도 개구리밥한테 자기 생김새가 이상하다고 물으려 했는데 먼저 대답해 주었네요.

  “, 그래? 난 그게 이상해서 너한테 물어보려고 했던 건데.”

  “, 분홍아. 나는 너무 작은 이파리밖에 없는데 넌 큰 이파리도 있고 예쁜 꽃도 아름답고 큼직큼직하게 피잖니. 내가 널 얼마나 부러워하는데. 난 배고픈 올챙이 애들한테 잡아먹히기 일쑨데.”

  “그래. 난 이게 너무 고민인데. 난 늘 분홍색이었는데 하얀색 꽃이 피어서.”

  “그런 고민하지 마. 네가 우리 연못에서 제일 예쁘니까.”

  개구리밥은 분홍이에게 네 연꽃이 제일 예쁘다고 부러운 눈길로 말했어요. 분홍이는 그래도 걱정이 가시지 않았어요. 분홍이는 하늘하늘 바람에 일렁이는 버들 할아버지를 불렀죠.

  “할아버지, 할아버지.”

  버들 할아버지는 분홍이가 바람에 나부끼며 불러대는 소리를 가지로 들었죠. 그리고는 분홍이에게 대답했어요.

  “, 분홍아.”

  분홍이는 자기 고민을 이야기했어요. 갑자기 분홍 꽃과 하얀 꽃이 같이 피어 이상해 보인다는 이야기랑 마음도 심란해졌다는 이야기를 버들 할아버지가 들을 수 있게 공기에 실어 보냈어요.

  “, 그렇구나. 잘 알겠단다. 난 수양버들이라 연꽃 아이들의 생태에 대한 것은 잘 모른단다. 그런데 나는 너희들보다 오래 살았으니까, 내가 본 걸 이야기해줄게. 사실 너 전에 하얀이라는 연꽃 아이도 피었다 져버린 적이 있었단다. 그 아이는 원래 하얀 꽃만 피었는데 어느 날 촉촉한 봄비가 내린 후에 분홍 꽃이 피어난 적이 있었지. 그런데 하얀이 그 아이는 분홍이 너와 다르게 자기 몸의 색깔이 달라졌다는 사실에 대해 그렇게 대단하게 생각하지 않았단다. 그냥 하얀 꽃은 하얀 꽃대로, 분홍 꽃은 분홍 꽃대로 피어난 자기 몸을 소중히 여기고 가꾸었지. 호수 물과 내리쬐는 햇님을 양분으로 받아먹고 살았어. 그러다가 추운 겨울이 되어 져버린 거지.”

  분홍이는 바람이 전달해준 버들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리고는 다시 자기가 하고 싶었던 말을 바람에 그대로 전해줬어요. 버들 할아버지께서 잘 들을 수 있게요.

  “. 할아버지, 그럼 제가 이상한 건 아닌가요? 제 이파리도 자꾸 커지고, 꽃도 많이 피고 그렇긴 했어요. 제가 물과 햇빛을 너무 좋아해서 살이 찌나 봐요.”

  버들 할아버지는 가지를 흔들거리며 다시 이야기했어요.

  “그렇구나, 어쩌면 비의 요정이 네 꽃과 이파리를 크고 예쁘게 해주는 지도 모르겠다. 오늘은 너무 많은 얘기를 전해주느라 좀 피곤한걸. 난 쉬어야겠다. 분홍이 너처럼 호기심이 많은 아이는 이 연못에서 오랜만에 보는데. 호기심은 좋은 거란다. 허허.”

  분홍이는 버들 할아버지께서 하시는 말씀을 유심히 듣고는 이렇게 생각했어요.

  ‘이 연못 식물들 아무도 내 꽃에 대해 알지는 못하는구나. 정말 비의 요정이 날 어루만져줘서 더 예쁘고 큰 꽃이 피어나게 해줬는지도 모르지. 개구리밥이나 부레옥잠 빵빵이나 버들 할아버지나 모두가 바뀐 날 예뻐하는 건 참 다행이야. 물이랑 햇빛을 많이 먹고 마음껏 피어야겠다. 분홍 꽃이든 하얀 꽃이든.’

  분홍이가 생각을 마친 그 순간 가랑비가 연못을 조금씩 적시고 있었어요. 연못을 내리쬐는 햇빛이 사라지지도 않았는데 말이죠. 언젠가 버들 할아버지가 이런 비를 여우비라고 하는 것 같았는데. 분홍이는 자기 초록색 이파리가 내리쬐는 햇빛과 이슬 같은 비를 동시에 맞았어요. 분홍이는 분홍 꽃과 하얀 꽃이 햇빛과 빗방울을 같이 맞아 자기 몸이 반짝이는 것을 자기 혼자 몰랐어요. 연못에 사는 식물도, 날아다니는 새들도 지금 분홍이가 반짝이는 이 연못을 더 아름답게 하고 있다는 걸 아는데요. 이 글을 보는 모든 친구들도 분홍이가 정말 예쁘다는 걸 보기만 하면 다 알게 될 거예요.

 

 

  그런데 지금까지 이 이야기를 한 저는 누굴까요? 전 하늘에서 연못을 바라보고 있던 비의 요정이랍니다. 저는 아름다운 분홍이 이야기 말고 어여쁜 다른 친구들 이야기도 많이 알고 있어요. 다음에는 어떤 아이 이야기를 전해드릴지 저도 기대되네요.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더 연습할게요 ^^)

'김 - 랜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산딸기 주스 언덕.  (0) 2012.08.28
생각 56.  (0) 2012.08.26
[잡설]월간 페XX북 막정리 8월호.  (0) 2012.08.23
[습작]즉흥 25.  (0) 2012.08.21
생각 55.  (0) 2012.08.19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2. 8. 26. 17: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