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눈이 앉은 체코 체스키크르믈르브는 말이 없었다
이십대 나는 내 좌표를 잃어버렸고 도망치듯 한국땅을 내 버렸다
내 안에 산적한 문제가 절로 눈 녹듯 사라질 것 같은 생각은 착각이었다
저기 저 녹지 않은 눈처럼 내 마음에서 날 괴롭히는 문제는 녹지 않고
눈덩이처럼 불어나 나를 못살게 했다
상황은 사람은 여건은 내가 조절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무력한 나에 대한 절감 끝에 상황 상황마다 할 수 있었던 것은
한숨과 절규, 원망이 섞인 기도 뿐이었다
기도로 내가 얻었던 것은 그분께서 주신 온전히 남는 침묵 뿐이었다
나는 그 침묵의 무거움을 이해하거나 받아들일 수 없었다
곧장 아무런 변화나 기적이 나타나지 않음에 대해 탄식하고 절망했다
그리고 난 머리 끝에 비듬처럼 붙어있는 내 못된 습관을 버리지 못했다
이후 내 능력과 노력으로 되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다만 지금도 난 온전히 남는 침묵을 경험한다
힘주어 간구하면 아주 좁고 불편한 오솔길 하나를 주심을 경험한다
그 길을 걷고 계속 걸으며 덥고 춥고 답답함을 때로 원망하지만
그분이 없었다면 이런 길조차 얻지 못했을 나 자신을 돌아보며 안도한다
길을 걷다가 난 그분과 대화하고 항상 날 위무하는 그분을 보며 힘을 얻는다
지금 내가 처한 상황과 여건이 타인의 눈에 부족하고 허접해보여도
설령 조금도 그 상황과 여건이 나아지지 않더라도
내가 걷는 좁고 불편한 오솔길의 끝에 광명이 드러날 것을 알고 믿기 때문에
확신을 갖고 난 이 길을 열심히 걸어본다
그 길에서 때때로 마주치는 사람들과 인사하며
웃기 힘든 상황이지만 누런 이를 드러내며 억지로 웃어보인다
앞으로도 이 길을 걸으며 웃을 일이 많았으면 좋겠다
(글 : 김-랜도, 사진 : '효돌양'님. 사진 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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