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글에 들어가기 앞서, 뻔하기도 하고 얍삽한 토를 달고자 한다.
이 글의 대의에 대해 공감하지 않거나, 무관심하거나, 전혀 반대의 의견을 펼치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나는 그런 분들에 대해 이런 생각을 품고 있다.
모든 이는 사고의 자유가 있다고 생각하는 소심한 국민으로서 그런 분들의 생각을
존중하고, 오히려 그 분들의 생각 속에 내가 생각하지 못한 면을 배우고 싶은 마음도 있다.
전 글에서도 말했지만, 내 의견을 펼 수 있는 팀블로그 공간을 만들어 주신 주인장에게 감사하는 마음 뿐이다. 대놓고 활발한 분위기는 아니지만, 바라기는 이 공간이 팀블로그라는 특성에 맞게 서로의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곳이 되었으면 좋겠다.


언어는 항상 변화한다. 이 평범한 문장을 나는 좋아하기도 하고 좋아하지 않기도 하다. 좋아하고 좋아하지 않는 면은 공교롭게도 한 부분에서 일치하는데, 그것은 변화한 언어가 주는 신선함과 그와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어색함('느슨한 결합(loose coupling' 정도? 다른 단어로 표현하기 어렵지만)이다. 전 연세대 국문과 홍윤표 교수님은 수업시간을 통해 변화하는 언어에 대하여 좋게 생각하셨지만 지식과 아량이 넓지 않은 나의 경우 과거에도 그렇고 현재까지 변화하는 언어가 일백프로 좋게 보이지 않는다. 이건 아무래도 어쩔 수 없다.

요즘 많이 나오는 '엣지(있다)'라는 표현에 대하여 말하고자 한다. 요즘 소위 '감각 있다', '스타일이 좋다' 등의 의미로 쓰고 있는 이 표현에 대해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나는 - "쩐다" 등과 같이 - 그렇게 좋은 느낌을 가질 수 없었다.
개인적으로 '엣지'에 대한 표현과의 상관 관계를 더듬어보자면, 중학교 영어시간 때 'edge(가장자리, 모서리)'라는 단어를 외웠었고, 고등학교 때 못치는 탁구지만 친구들 때문에 갔던 탁구장에서 탁구대의 모서리 끝(단순한 끝이 아니라 탁구대를 직육면체라 생각할 때 '높이'에 해당하는 부분)에 맞고 나가 득점을 하는 희귀한 상황을 두고 하는 말로 이 말을 접했다. 그리고 바로 지금.

'엣지'라는 말로 무엇을 유추할 수 있는가? 생각이 짧은 나로서는 '의자의 가장자리'와 같은 원 뜻인 가장자리, 가장자리에 속해 있는 이미지에서 파생하여 왕따나 외로운 사람 혹은 가장자리는 중간과 다르다는 의미로 튀는 사람, 이렇게 세 가지 의미를 생각할 수 있었다. 어딜 봐도 엣지라는 말이 '스타일이 좋다'로 연결되지는 않는 것이다. 그야말로 느슨한 결합이다.
비근한 예로, '쩐다'의 경우도 내 느낌으로는 땀이 '쩌는' 경우와 같이 매우 기분이 나쁘고 답답하지만 이와 정 반대의 의미로 '매우 좋다'라는 뜻으로도 쓴다고 알고 있다. '즐'의 경우도 '즐기다'의 어간에서 파생하여 좋은 의미가 되었지만 이젠 욕으로 쓰는 사람이 거의 대부분이다.

초짜 언어학도(이고 싶은)인 나로서는,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이 단어의 원뜻과 아예 반대로 의미지어지는 이 현상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이해할 수 없는 정도를 넘어, 이기심에서 우러나온 생각이지만 좀 괘씸하기까지 하다. 또 이런 생각은 분명히 위험한 것이지만, 그런 말을 쓸 때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고 발설한 사람의 됨됨이에 대해 한 번 무의식중에 생각해보기도 한다.

그러나 '변화하는 언어'의 긍정적인 측면인 '신선함'을 놓고 볼 때 이런 단어들을 미워할 수만은 없는 것 같다. 미워할 감정이 발전되기도 전에 금세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또한 흥미롭다. 언어가 패션도 아닌데 '유행을 탄다.'
예를 들어, '캡'이라는 말이 있다, 아니 있"었"다. 내가 과감하게 과거형 시제를 쓰는 것은 지금 '캡'이라는 말을 쓴다고 해서 많은 사람들이 알아듣지 못한다는 뜻이 아니라 유행을 따라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이 단어가 이미 사어가 되었기 때문이다. 철지난 기성복처럼 '캡'이라는 말보다는 '쩐다'는 말을 써야 사람들, 아니 유행의 첨단을 걷는 '잇걸, 잇보이'의 대화에 낄 수 있으려나.

그렇기 때문에 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사람들이 아무리 언어를 왜곡하고 단어를 비틀어도 어차피 유행에 따라 공식적으로 자리잡지 못한 단어들은 하수구멍으로 휩쓸려 들어갈 테니까. 공식적으로 사전에 등재되기까지 많은 사람들의 암묵적인 지지와 빈번한 사용이라는 힘겨운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이다. 나는 사람들이 아무리 많은 언어를 나불거려도 한 귀는 따갑지만 한 귀는 그냥 흘려들을 수 있다는 생각에 혼자 우쭐해진다.

국어를 잘 알지도 못하는 주제에, 쓸 데 없이 글이 너무 길었다. 그냥 그런 단어를 사용하는 사람들, 내 마음에 안 들지만, 신경쓰진 않으련다.

첫 글부터 들켜버린 것 같은데, 이렇게 나는 까다로운 종자다. 그냥, 그렇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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