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어미 '~도록'에 대한 간략한 주장이니, 한국어 문법에 관심 없으신 분은 더 읽지 않으셔도 무방합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지난 글까지 두 글 모두 한국어에 대한 글을 작성하였습니다. 물론 한국어에 관심이 많고 배우고자 하는 열망도 크지만, 제 관심의 스펙트럼은 이것보다 넓기 때문에 앞으로 주제에 얽매이지 않고 글을 쓰겠습니다.



힘든 회사 생활을 잊게 해 주는 스트레스 해소법 가운데 가장 쉽고도 즐겨 하는 것은 아무래도 TV 시청이다. 그런데 요즘 TV를 보다보면 유난히 눈에 거슬리는 말이 있다. 바로 어미 '~도록'의 남용이 그 중 하나다. 국어사전에 나오는 '~도록'의 뜻은 다음 두 가지 뿐이다.



~도록

(ㄱ)[문법](동사 어간이나 일부 형용사 어간 또는 어미 ‘―으시―’ 뒤에 붙어)
앞의 내용이 뒤에서 가리키는 사태의 목적이나 결과, 방식, 정도 따위가 됨을 나타내는 연결 어미. 뒤에 ‘은’, ‘도’, ‘까지’ 따위의 보조사가 올 수 있다.

나무가 잘 자라도록 거름을 주었다.
손님이 편히 주무시도록 조용히 하여야 한다.

(ㄴ)[문법](동사 어간 뒤에 바로 붙어)
해라할 자리에 쓰여, 명령의 뜻을 나타내는 종결 어미. ‘―어라01’보다는 덜 단호한 어감이 있다.

해산했다가 열두 시까지 이 자리에 다시 모이도록.

{출처 : 다음(Daum) 국어사전}



여기에서 나는 주로 'ㄱ' 항목에 대하여만 언급하려 한다. 'ㄴ'항목도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지만 많이 틀리는 부분은 아닌 것 같다.


'ㄱ'항목에서 어미 ‘-도록’은 연결 어미로서 앞의 상황이나 사태에 이를 때까지, 또는 그런 상황이나 사태가 이루어지는 것을 목표로 하여 뒤의 행위를 함을 나타낸다. 목표가 되지 않는 말에서 '~도록'을 사용한다면 그것은 명백한 오류인 것이다.


다음 두 문장을 보자.

1. 제가 이 일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2. 제가 이 일을 하겠습니다.

위 두 문장 가운데에서 2번 문장이 어법에 맞다. 따라서 오락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사회자가 “그러면 아무개를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고 말하고 아무개를 소개하는 언행은 그만두어야 한다. “아무개를 소개하겠습니다”고 말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나머지는 군더더기이다. 도대체 '결혼식을 거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소개시켜드리도록 하겠습니다(소개'시키다'도 맞지 않는 말이다, 소개는 '해야 하는' 것이다)' 따위의 말을 왜 쓰는 건가.

다른 사람들은 아무 의식이 없는데, 나는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예민해진다. 군더더기가 는다고 말의 격식까지 생기는 것은 분명 아닌데 말이다.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10. 22. 16: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