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1. 좋아하는 노래를 듣다보면 그렇게 된다. 그(그녀)의 숨소리, 악기 하나하나의 흐름, 감정선의 변화, 가사의 깊이, 서정성, 그리고 기타 등등. 이런 것들을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 신경은 온통 노래에 쏠리고, 다른 것은 들리지 않는다. 대부분의 노래는 한 편의 영화로 내 눈 앞에 선명히 드러난다. 내 주변에는 노래 냄새가 진동을 한다.
예를 들어, 걸스데이의 ‘반짝반짝’은 이제 막 시작하는 ‘중고딩’ 커플의 실랑이를 그린 명랑 캠퍼스 영화의 한 장면이, 달샤벳의 ‘Supa Dupa Diva'는 자칭 세계 최고 인기녀가 나오는 뮤지컬의 한 장면이 그려진다. 또 이현우의 ’요즘 너는‘은 이별의 순간, 어떻게든 멋있게 이별을 표현하려는 외로운 남자의 영상. 주비(Jubi)의 ’I love you Song'은 오래전 이별을 담담하게 회상하는 체념적인 여자의 영상.
영화는 전체 내용을 파악하려면 그 영화 러닝타임만큼의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조바심 강한 나는 이를 못 견뎌한다.(영화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노래는 재생 시간이 짧다. 그래서 잠시 잠깐이라도 온갖 짬을 이용해 그 이야기를 펼쳐놓고자 하는 것이다.(노래가 영화에 비해 우월하단 얘기도 아니다)
어떤 작사가는 천편일률적이고 아무 감흥 없는 이야기를 쓰기도 하고, 또 어떤 작사가는 매우 독창적이고 재미있는 내용을 적어 놓기도 한다. 마음 넓은 나는 모든 것을 용서할 수 있다. 하지만 내가 내 편견에 내 생각에 내 사고에 제일 마음에 안 드는 그것은 아무 내용 없는 가사이다. 그런 노래는 적어도 내게 금방 잊혀진다. 튀김 50개 정도를 연속으로 먹었을 때처럼 질려버린다.
2. ‘영원’이라는 말 좀 어렵긴 해도 좋아하는 편이다. 영원이라는 가치를 좇아 생활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까. 어떤 상황에도 변하지 않는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모진 풍파 역경 고난 이런 것들 겪으면서도 항상 빛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 오늘 다시 깨닫는다. 사무실 내 자리 옆에 어떤 손님이 가져온 저기 저 빛나는 꽃을 바라보면서. 조화가 아닌 이상 저 꽃도 언젠가 시들텐데 지금은 아주 빛나고 누군가는 꽃을 찾는다는 거, 한순간도 빛나지 않으면서 영원한 것보다 언젠가 시들어도 한때라도 모두에게 기억되며 빛나고 싶다는 거.
아, 얼마나 나는 영원하지 못한 많은 가치를 마음 속으로 배척하고 무시해왔던가. 나름의 배울 점이 있다는 것을 망각하고는, 나의 불완전한 편견 때문에 마음 속으로 선을 긋고 자르고 내 멋대로 생각하고 규정하고 판단해왔던가.
이젠 그러지 않으리라. 겸손하게 내게 주어진 많은 현실을 외면하지 않을 거라고. 로또 1등보다 어려운 영원을 좇는 것과 함께 나약해보이는, 하지만 메시지는 저마다 언제나 갖고 있는 사람, 사물을 속으로 무시하지 않을 거라고. 길가의 작은 들풀이라도, 산들산들 부는 바람이라도, 아스팔트 사이 작게 고인 물웅덩이라도 낱낱의 것들이 ‘살아있음’을 느낄 거라고. 공기 속에 항상 살아있는 너의 그 말을 되도록이면 적은 착각과 오해로 받아들일 거라고.
또 내가 쓸 많은 글을 많은 사람들이 알아볼 수 있도록, 그래서 영원이 아닌 순간의 명작으로라도 많은 사람의 뇌리에 남게 하고 싶다고.
3.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세요!
당신이 나를 아시든 모르시든
당신과 내가 친하든 안친하든
당신이 나를 좋아하든 싫어하든
그래도 우리, 그러니까 당신과 나는
같은 지구 안에서 한 공기를 마시고 있으니까.
이런 말씀 드리는 거 불쾌하지 않으시죠?
새해 건강하시란 말.
그래서 드리는 거에요.
저는 새해에 더 여유로워질게요.
열심히 즐겁게 글을 쓰고
열심히 즐겁게 책을 읽고
열심히 즐겁게 일할게요.
우리 모두 열심히 살아요,
요정님께서 보고 계시니까.
'김 - 랜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생각 13. (0) | 2012.01.24 |
---|---|
생각 12. (0) | 2012.01.22 |
[습작]즉흥 12. (0) | 2012.01.17 |
생각 10. (0) | 2012.01.15 |
황경신, <생각이 나서> 중 (0) | 2012.01.10 |
RECENT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