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흘러나오는 노래를 타고 떠난다
아련한 추억 속 그때로 난 돌아가
너의 따뜻한 손
코끝을 스치는 바람의 숨결
수줍게 물들인 하늘 아래
설레는 웃음소리
함께 흥얼거렸던 노래가 들리면
이젠 만질 수 없는 그대가 그리워
- 하비누아주, '기억의 초원'
주말 아침 하비누아주의 '기억의 초원'이라는 노래를 듣다가 바람을, 하늘을, 초원을 느끼고 싶었어요. 진짜 초원을 갈 수는 없어서 집 근처 북서울 꿈의 숲으로 향했지요.
드림랜드 시절부터 늘 옆에 끼고 살아서 사실 이 장소에 대한 고마움이 없었습니다. 늘 보는 친구는 소중하지만, 고마움을 항상 느끼지 못하잖아요, 배은망덕하게도. 그래도 늘 고마워요, 그래도 전 서울 시민(...)인데 푸른 나무나 숲을 볼 수 있는 공간을 걸어서 갈 수 있잖아요.
드림랜드 시절이나 지금 북서울 꿈의 숲으로 기능할 때나 주말에는 보통 가족끼리 소풍을 많이 옵니다. 연못도 있고요. 운이 좋으면 이런 분수도 볼 수 있습니다.
팔에 이파리가 돋아난 삐죽괴물 같다는 생각이 혼자 들어 연신 셔터를 눌러댑니다. 혼자 유치한 생각으로 웃음짓는 오늘이에요.
키가 크고 시원하게 생긴 나무, 너도 잘 걸렸어~ 얘야. 내 셔터 안으로 들어와주려무나.
넌 밑에 붕대를 끼고 있구나. 확인해보니 특별대우 받는 놈이었어. 시장의 비호를 받는, 요 놈.
벚꽃 시즌은 지났지만, 공원 안을 걷다보면 형형색색의 꽃들이 저를 잡습니다. 총천연색 프린트가 따사로운 햇살을 받고, 산들산들 바람의 볼터치를 받고, 그렇게 댄스, 댄스.
여기가 미술관이고 전시회장이라는 생각에 바빠집니다. 아름다운 색깔을 내 것으로 훔치고 싶어서, 도벽 있는 사람처럼. 찰칵, 찰칵, 그래 좋았어.
보라색, 다홍색, 하얀색, 노랑색, 파랑색, 분홍색. 키도 색도 제 개성. 제 멋에 사는 거쟤잉. 이 세상도 그런 개성을 모두 받아줬으면 좋겠다는 망상도 해 봅니다.
(
천 년이 된 나무라고 합니다. 나무 껍질은 좀 낡았어도 전체적인 모양새나 뿌리는 흐트러짐이 없습니다. 한 곳에서 천 년을 서 있는다는 것, 보통 사람으로는 상상하기도 아득해집니다. 이 나무를 보면서 전 고 3때도, 대학 시절에도, 취업할 때도, 형이 이 세상에 없어질 때도 위무를 얻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이 나무를 보고 있어요.
(모든 사진은 디지털 카메라로 그냥 기분따라 막 찍은 거에요. 사진이 좀 이상한 것은 모두 제 탓이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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