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만의 작품을 쓰기 위한 5가지 포인트

(이전 생략)
  먼저, 누구나 쓸 수 있는 이야기는 처음부터 멀리해야 합니다. 굳이 예를 들자면, 들고양이나 들개를 주인공으로 한 소재나 육아동화가 될 것 같은 소재는 처음부터 제쳐두는 겁니다. 게다가 별이나 무지개, 요정 같은 아름다운 세계를 무대로 설정하는 일은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너구리나 여우를 의인화하거나, 충치 치료를 무서워한다거나 당근이나 토마토를 싫어하는 어린이의 이야기도 쓰지 말아야 합니다. 이렇게 금기해야 할 소재를 스스로 정해 두고, 그것을 피해서 새로운 소재를 스스로 정해 두고, 그것을 피해서 새로운 소재를 발굴해내는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물론 능숙해지면 어떤 것을 써도 좋지만, 그렇게 되기 전까지는 그런 노력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두 번째로는 어떤 이야기든 꿈속의 일로 마무리짓지 말라는 것입니다. 꿈은 잠자고 있을 때 꾸는 것으로 몽롱하고 리얼리티가 결여되어 있습니다. 꿈속에서밖에 신기한 체험을 할 수 없는 이야기는 판타지가 아니라 단순한 공상에 지나지 않습니다. 불가능이 가능해지는 기쁨은 현실을 무대로 해야만 설득력이 생깁니다.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눈이 떠졌고 원래 상태로 돌아와 있더라는 이야기는 속임수의 묘미조차 갖지 못합니다.
  세 번째는 작가 자신이 완벽하게 어린이가 되어 드라마를 구성해야지, 어른의 입장에서 본 어린이의 모습을 그려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혼자서 집을 지키거나 물건을 사온다든가, 동물과 친구가 되어 준다든가, 또는 병든 어머니를 위해 음식을 만들어 드렸다는 식의 얘기는 어른들 입장에서 보면 흐뭇해지는 광경일지 몰라도 어린이의 실제 모습과는 사뭇 다릅니다. 어른이 느끼는 대로 기뻐하거나 슬퍼하는 어린이는 있을 리가 없습니다. 병문안을 가고, 어른처럼 온 정성을 다해 환자를 보살피는 것은 어머니의 가면을 쓴 어린이인 것입니다.
  네 번째는 옛이야기 식의 문자로 동화를 쓰지 말라는 것입니다. 옛이야기의 재미와 상상력의 풍부함은 많이 배워야 하겠지만, 옛이야기는 말로 전달하기 위한 형식이기 때문에 오늘날의 동화 문체로는 적당하지 않습니다. "옛날에 어떤 곳에…"를 흉내내어 "어떤 마을에 초등학교 2학년짜리 사내아이가 살고 있었습니다" 하는 식의 서두는 지양해야 합니다. 그러나 처음 동화를 쓰는 사람 중에는 의외로 이런 문체를 사용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거칠더라도 자신의 문장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섯 번째는 실제로 보고 들은 소재라도 동화인 이상 이야기로서 읽을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감동적인 이야기라도 논픽션이나 에세이 풍의 서술방식으로는 동화를 쓸 수 없습니다. 반드시 주인공을 세워 놓고, 그 에피소드가 감동적으로 다가올 수 있도록 이야기를 재창조해야 합니다. 첫 번째 장면은 어떻게 하고, 두 번째, 세 번째 장면은 어떻게 할지를 연극으로 만든다는 생각으로 써 가야 합니다.
  이 다섯 가지의 요점만 주의해도 자신만의 독특한 작품을 쓸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지만, 동화는 딱 이렇게 써야 한다는 서술방식이 있는 것은 아니니, 어디까지나 각자가 노력해야 할 일입니다.
(이후 생략)
  - 『(세계 걸작 동화로 배우는 동화창작법』, 니시모토 게이스케, 최현숙 역, pp.197~199, 2001, 미래인



판타지는 꿈 속의 일이 아니다

(이전 생략)
  바꿔 말하면, 비현실의 세계를 뚜렷하게 현실화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꿈이었더라 하는 식의 허술한 공상 이야기가 아닙니다. 게다가 무대 또한 가공의 장소가 아니라, (미야자와 겐지, 「바람의 아들 미로」에서) 산 속의 분교라는 현실 속의 장소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신비로움이 점점 진실의 맛을 더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후 생략)
 - 같은 책, pp.136



사실적으로 그려야만 설득력이 있다

(이전 생략)
  판타지는 낭만주의 문학이 아니라 리얼리즘 문학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흔히 현실을 무대로 한 동화는 리얼리즘 문학, 가공의 사건을 다루는 이야기는 낭만주의 문학이라고 생각되기 쉽습니다.
  물론, 리얼리즘 문학은 사실주의 문학이라고도 불리며, 본 대로 있는 그대로, 불필요한 과장 없이 객관적으로 묘사하는 문학을 말하며, 낭만주의는 객관적이기보다는 주관적인 눈으로 자신이 생각한 세계를 그려 나가는 문학입니다.
(중간 생략)
  그러나, 낭만주의 문학이라고 해서 아무것이나 되는 대로 써도 된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현실 이야기=리얼리즘, 비현실이야기=낭만주의 문학이 아니라, 그 방법에 있어서는 낭만주의 문학이야말로 리얼리즘의 방식을 배워야 합니다.
  왜냐하면 있을 수 없는 일을 마치 진짜로 있는 일, 있을 수 있는 일처럼 묘사하기 위해서는 가공의 세계를 올바르게 이미지화할 수 있어야 하며, 설득력 있게 그려 내지 못하면 어떤 신비로움도 금방 바닥이 드러나고 말기 때문입니다. 처음부터 거짓말이란 걸 눈치채면 어린이인들 읽을 맛이 날 리 없지요.
(중간 생략)
  말하자면 판타지는 자신이 창조한 세계를 그리는 것이므로 현실의 이야기를 쓰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것입니다.
  "어느새 하늘을 날고 있었습니다",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고양이로 변해 있었습니다" 같은 것은 판타지의 서술방식이 아니라 단순한 환상에 불과합니다. 아무 이유 없이 마법의 탓으로 돌려 버려서는 안됩니다. 왜 하늘을 날 수 있었는지, 어째서 고양이로 변신할 수 있었는지, 그 이유가 납득이 가야 비로소 판타지 작품으로 불릴 수 있는 것입니다. 또한 같은 마법도 마법사에게 부탁을 하는 것보다 자신이 직접 배울 수 있는 마법이 오히려 설득력을 갖습니다.
(이후 생략)
- 같은 책, pp.145~147
 

신비로움도 자연스러워야 한다

(이전 생략)
  신비한 사건이 당혹스럽게 일어나서는 안됩니다. 일상적인 사건 속에 의미 없이 신비한 장면을 끼워 넣으면 이해하기만 어려워질 뿐입니다. 스토리를 재미있게 만들기 위한 조건이 신비로움이지, 신비로움을 써먹으려고 스토리를 만드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처음 판타지를 쓰는 사람들이 저지르기 쉬운 실수가, 평범한 일상의 사건을 이야기하다가 별안간 공상 장면으로 바꾸어 놓고는, 그것을 꿈속의 일로 결론지어 버리는 것입니다. 혹 다시 현실로 돌아온다 해도, 그 공상 장면을 왜 그렸는지 이해가 잘 되지 않습니다.
(이후 생략)
- 같은 책, pp.153



어린이를 해방시키는 에너지

(이전 생략)
  판타지의 목적은 어른과는 다른 어린이의 그러한 인간성을 크게 성장시키고, 답답한 현실에서 마음껏 해방시켜 주는 데 있습니다. 온갖 규칙과 상식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어떤 장소로든 기대감에 차서 갈 수 있게 해주는 기술을 가진 사람이 판타지 작가인 것입니다.
  판타지를 쓰려 한다면 자신이 과연 그런 감수성을 갖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 보십시오. 현실이 고통스럽기 때문에 꿈의 세계로 도망치는 것이 아니라, 현실마저도 즐거운 장소로 만들 수 있는 에너지의 소유자가 되지 않으면 안되는 것입니다.
- 같은 책, pp.166~167



안이한 의인화는 실패의 원천

  그러나 오늘날의 동화에 등장하는 동물들은 거의 대부분이 인간의 분신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리는 무섭고 여우는 교활하다는 등의 동물적 특성 없이 다양한 캐릭터를 갖고 등장합니다. 곰은 벌꿀을 핥고 토끼는 당근을 먹는다고 정해져 있지도 않아서, 포도주를 마시고 케이크를 먹기도 합니다. 그들의 집에는 편리한 주방이 있고, 오늘날의 우리와 똑같은 일상생활을 보내고 있습니다.
(중간 생략)
   이처럼 의인화된 동물들의 생활도 우리의 환경에 맞춰서 점점 근대화되어 갑니다. 예전의 동물문학은 논픽션으로 그려지는 일도 있었지만, 이제는 동화 속에서 동물의 성향을 살린 작품은 거의 자취를 감추고 있는 중입니다.
  그렇다고 함부로 동물을 의인화하여 동화로 만드는 것은 지양해야 합니다. 어린이가 이해하기 쉽고 흥미를 느끼기 쉽다 해도, 가장 중요한 스토리가 시시해지면 아무 소용이 없는 것입니다. 처음 동화를 쓰는 사람들이 흔히 쉽게 머리에 떠올리는 것이 들고양이나 들개 이야기입니다. 외톨이가 되어 여러 가지 모험을 펼치는 얘기라면 얼마든지 쓸 수 있을 것 같아서지요. 그러나 그런 이야기는 비슷비슷하고 지루해지기 쉽습니다.
(중간 생략)
  무엇보다도 어린이의 이야기가 되어야 합니다. 어린이는 혼자서 살아갈 수 없습니다. 어머니를 잠깐만 놓쳐도 불안에 떠는 것이 어린이입니다. 그런 어린이에게 들개의 무사태평함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사람의 이야기를 쓰기는 어렵지만, 동물을 의인화하여 쓰는 것은 쉽다는 안이한 생각을 갖는다면, 기존의 동물 이야기에도 못 미치는 재미없는 이야기가 되고 말 것입니다.
(중간 생략)
  만약 동물을 의인화하여 동화를 쓰려고 한다면, 왜 그렇게 하는지 나름대로 명확한 이유를 세워 보기 바랍니다. 그 동물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킴으로써 인간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것보다 조금이라도 재미있어야 한다는 것이 선결 조건입니다. 그리고 다음으로, 그것이 어떤 동물이 되었든 인간 이상으로 개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합니다.
 - 같은 책, pp.121~124



어떻게 문장을 갈고 닦을 것인가

(이전 생략)
  문장력을 기르는 데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먼저 생각대로 써지지 않으면 처음부터 다시 쓰십시오. 그리고 아무리 멋있는 표현처럼 느껴지더라도 작품 내용과 연관이 없는 문장은 과감하게 잘라내야 합니다. 문장을 위해 이야기를 쓰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를 위해 문장을 쓰는 것이므로, 이야기의 세계가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전달될 수 있는 방식으로 쓰여져야만 합니다. 마찬가지로 대화 문장 하나도 그 인물과 어울리는 말이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완성한 뒤에는 그 문장을 소리내어 읽어 보십시오. 그러면 매끄럽지 않은 표현이나 장황한 묘사를 금방 잡아 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이 있어야 문장력이 길러지는 것입니다.
 - 같은 책, pp.34~35



꿈은 동경하는 것이 아니라 도전하는 것

(이전 생략)
  솔직히 말해서 작가가 되는 사람은 타고난 재능이 있습니다. 그러나 재능이 있어도 노력하지 않으면 좋은 작품을 쓸 수 없습니다. 쓴다고 하는 행위는 진심으로 매달리면 매달릴수록 괴로운 일입니다. 책상머리에만 앉아 있는 것은 정말이지 불건전한 생활입니다. 어느새 해가 지고 있었다느니, 정신을 차리고 보니 새벽이 밝아 오고 있었다는 등의 말도 종종 들립니다. 만약 당신이 책상 앞에 앉아 한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편안치가 않다면, 작가가 되는 것을 포기하는 것이 낫습니다. 몰두하면서 몇 시간씩 책상에 앉아 있을 수 있는 것이 글을 쓰는 첫째 조건이기 때문에, 내향적인 사람이 아니고는 여간해서 감당해 내기 어려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또 자신은 낭만적인 사람이기 때문에 소설보다 동화를 쓰는 게 맞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단순한 취미 생활 이상이 되지 못할 것입니다. 어린이의 마음을 다루는 동화는 소설보다 훨씬 어렵습니다. 일찍이 소설가들을 동원하여 쓴 동화 시리즈가 출판된 적이 있었는데, 세상의 평판은 좋았지만 어린이들에게는 별 호응을 받지 못한 채 거의 팔리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유명한 작가가 썼다 해도 어린이와 대화할 수 있는 작품이 아니면 어린이들은 가차없이 등을 돌려 버리고 맙니다.
  그런데 근래에는 책도 제대로 읽지 않고 작품을 쓰려는 사람이 너무 많은 것 같습니다. 세계명작은 물론이고 현대의 대표적인 아동문학작품 정도는 반드시 읽어 두어야 합니다. 가능하다면 모든 영역의 책을 읽어두길 바랍니다. 본서에서 다룬 작품들도 직접 읽어보면 좀더 이해가 잘 될 것입니다. 독서야말로 작가가 되기 위한 가장 가까운 지름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 같은 책, pp.204~205





  역시 지금까지의 습작과는 뭔가 차원이 다른 이야기이다. 다 맞는 말이고. 읽으면 읽을수록 마음이 무거워지는 책이었다. 가장 좋았던(인상적이었던) 글귀는 바로 이것.

  현실이 고통스럽기 때문에 꿈의 세계로 도망치는 것이 아니라, 현실마저도 즐거운 장소로 만들 수 있는 에너지의 소유자가 되지 않으면 안되는 것입니다.


  판타지 동화를 쓰기 위해 난 고통스러운 현실에서 얼마나 도망쳤던가. 난 인생을 즐겁고 재미있게 살고 있는가. 내 안의 세계가 너무나 즐거워 견딜 수 없어 그 세계를 지면에 담고자 했는가. 나와 정반대로 이 책은 이야기하고 있지 않은가.
  이런 면을 오늘, 이 주일 낮에, 반성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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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2. 3. 18. 16: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