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블로 사태와 관련해 다른 곳에 쓴 글을 옮깁니다.)

조현오 청장이 생각납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차명 계좌가 있다고 공공연하게 말했죠.
청문회에서도 부정하지 않았습니다. 아마 그게 진실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겁니다.
어쩌면 그럴지도 모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차명 계좌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돌아가신 분의 성품이나 살아오신 길을 볼 때 없으리라고 믿지만 증거는 없습니다.
(하지만 주의할 것은, 무언가가 없다는 걸 증명하는 건, 있다는 걸 증명하는 것에 비해 훨씬 힘들다는 겁니다.)

아무튼 조 청장이나 그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게 노무현 차명 계좌의 존재는 99% 진실일 수도 있습니다.
그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 중 어떤 이들이 이명박의 숨겨둔 재산의 존재를 99% 믿는 것처럼 말입니다.
개인적으로 믿는 것은 자유죠. 하지만 그 믿음이 '진실 추구'라는 미명 하에 권력이 되어도 될까요?

노무현 대통령의 비리를, 누군가의 마음 속에선 실재하는 그 비리를 조사한다는 이름 아래
수사 결과가 노출되었습니다. 마치 밝혀진 사실인 것처럼 떠들어졌습니다. 그리고 한 분이 목숨을 버렸죠.
설사 비리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런 식으로 되어서는 절대 안 되는 겁니다.
피의자의 권리나 인간으로서의 존중되어야 할 것들이 그런 식으로 무시되어서는 안 되는 겁니다.
그들이 '진실'을 알고 있다고 (믿는다고) 하더라도 말입니다.

 타블로 사태도 마찬가지입니다.
타진요나 상진세가 권력기관은 아닙니다.
하지만 엄청난 댓글들과 여론 형성으로 사실상 '권력'을 행사했습니다.
그리고 그로 인해 타블로 및 그의 가족들은 그들이 감당해야 할 것 이상의 피해를 보았습니다.
과연 '진실'이라는 이름으로 이래도 되는 것일까요?

 여전히 타블로의 진실성을 의심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그럴 만한 개연성도 상당합니다.
제가 볼 때 타블로는 뻥이 꽤 센 성향이 아닌가 싶습니다. 자신이 한 조그만 일들을 부풀려서
대단한 일인양 말한 부분들도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 점에 대해서 비판할 수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한 사람의 인생을 완전히 매도해도 되는 걸까요?
"난 진실을 알고 있고, 넌 거짓말쟁이야. 그러니까 넌 무슨 일을 당해도 싸."
이런 게 옳은 걸까요?

타진요나 상진세의 모든 분들이 위와 같은 태도를 갖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러니 타블로를 의심한 모든 분들이 사과를 하거나 해야 하는 건 아닙니다.
저도 황우석 사태 때 황우석을 믿었었습니다. 그럴 만한 상황이었죠.
이번에도 타블로를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었습니다. 그러니 의심한 분들이 모두 사과해야 하는 건 아닙니다.

문제는 "난 진실을 알고 있고, 넌 거짓말쟁이야. 그러니까 넌 무슨 일을 당해도 싸."라는 식의 태도를 가진 사람입니다.
대표적으로 '왓비컴즈' 같은 사람이 있겠죠.
이런 사람들은 당연히 책임을 져야 합니다. 분명 책임을 져야 합니다.

비록 조현오도 책임지지 않는 세상이지만 왓비컴즈라도 책임져야 합니다.
그리고 여전히 타블로의 방송에서의 '뻥'들을 언급하시는 분들께 말씀드립니다.
그게 문제의 핵심일까요? 무슨 격투게임에서처럼 타블로가 뻥쟁이면
왓비컴즈가 위너가 되고, 타블로는 루저가 되는 걸까요?

사실 이 게임엔 위너가 없습니다. 모두 다 루저입니다.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 10. 10. 16:14
| 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