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감자-동화는 내 친구 21(강진순 외 글)』. 내가 지원했다가 탈락했던 동화 공모전. 심사평은 이랬다. '이야기를 보여주느냐, 들려주느냐에 따라 작가의 역량이 결정된다. 중요한 사건을 대화체로 설명하거나 일기장의 내용으로 대체하는 안일한 상황 전개는 좋지 않다. 또 어디서 본 듯한 제재는 좋지 않다. 동화 습작을 많이 해 보아야 하며, 동화가 무엇이며 어떻게 써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 많이 드러나야 한다.'

  글쟁이의 꿈. 어느 순간 가까워진 듯 하다가 잠에서 깨면 멀어지는 것 같다. 어느 날은 등단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넘쳤다가도 어느 날은 '나 같이 쓸모 없는 인간은'하며 자학하곤 한다. 결국 손에 잡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데, 시간은 자꾸 내 손아귀를 빠져나간다. 금방 마르는 우물같은 내 머릿속은 어떡해야 하나. 나란 인간은 틈만 나면 몸과 마음이 아파서 큰일이다.

 

 

  『이렇게나 똑똑한 식물이라니(김순한 글)』. 식물에 대한 동화 습작을 해보았지만, 이런 기초적인 지식이 없었다는 사실에 부끄러움을 느낀다. 식물에 대한 궁금증을 아이의 입장에서 해소시켜주고 있지만 식물에 대해 호기심이 많은 나같은 어른에게도 효과적인 책이다. 총천연색 삽화는 어두운 마음을 환하게 해 주었다. 특히 난 식물에게서 인내심을 본다. 그렇게 오랜 세월 그 자리에 우뚝 서 있을 수 있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도 난 감히, 너무나도 쉽게 영원을 말하고, 사랑을 말한다. 끈기를 말하고, 10년 후를 말한다.

 

 

  그리고, 좀 아팠다. 휴가가 끝나고 사무실에 오는 일이 싫었던 것일까. 뭘 먹기만 해도 위장은 소화를 시키지 못했다. 몸의 무거운 느낌이 나를 온종일 괴롭혔다. 몸이든 마음이든 앞으로 나아가기 힘들었다.

  나는 정말 태생이 수양버들 같다. 외부 충격이든 내부 충격이든 조그만 흔들림에도 심하게 흔들려버리는 수양버들. 때로 난 내가 세상 속에서 내 스케줄을 주도하기보다는 세상이 흘러가는대로 내가 겨우 흐름을 좇아가기도 했다. 하지만 난 좌절이나 포기라는 것을 할 만한 자격이 되지 않는 사내다. 내가 뭘 했다고, 지금껏 나는 배의 방향을 조금씩 잔잔한 바다로 돌리는데 전력을 다했을 뿐이다. 포기나 좌절 같은 그런 가치는 뭔가 치열하게 세상 속에서 분투하고 피를 흘려 쓰러질 정도나 되는 사람이 할 수 있는 말이라 생각한다.

  그리하여 난 어떻게든 나아가고 또 나아가서 먹고 살 길을, 행복할 길을 찾아 나설 것이다. 그래야만 하니까. 하지만 조금 정직하게 말한다면 난 앞으로 나아갈 수도 없고 뒤로 물러설 수도 없는 상태다. 이렇게 나는 세상 속에서 오늘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미아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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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2. 9. 2.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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