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주말마다 편의점에서 알바를 하고 있으면 막걸리를 한 병씩 사가는 사람들을 종종 보게 된다. 이분들은 주로 얼굴은 벌겋고 행색은 남루하며 반말을 주로 쓰는 아저씨들이다. 말없이 막걸리만 사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나에게 이것저것 물어보기도 하고 세상사는 얘기를 해오기도 한다. 이분들이 밖의 테이블에서 혼자 혹은 둘셋의 인원으로 막걸리와 간단한 마른안주를 곁들이는 모습을 보면 말 걸 사람 없고 비싼 술집도 갈 수 없는 세상이란 게 정말 외롭고 고달프다는 생각이 든다. (비록 치우지 않고 가는 사람이 대부분이라 어지러진 술상 뒷정리는 다 내 몫이긴 하지만)

  또 혼자 술을 마시는 분은 어떨 때 혼자 고함을 치거나 알 수 없는 독백을 늘어놓기도 한다. 그래, 멀쩡한 정신으로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할 수 없는 무엇인가가 있는지도 모르지. 아니면 이 세상을 제 정신으로 바라보기 힘들어서인지도 모르겠고. 세상이란 게 왜 이렇게 힘들기만 한 걸까. 술을 좋아해서 마시는 게 아니라 친구 대신 - 친구는 시간을 맞춰야 하고 말도 내 위주로 할 수 없고 조심해야 하니 부담스럽기 때문에 - 자기 위주로 끌고갈 무언가를 술 마시는 행위로 삼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힘든 세상과, 세상의 조도를 그대로 받아내야 하는 남겨진 사람들 때문에 슬프다. (역시 치우지 않고 가는 사람이 대부분이라 뒷정리는 해야 하지만)

  이렇게도 처연한 사람들이 점조직 형태로 기거하는 주거지. 그런 것들이 내게는 슬프다. 그렇게 몸은 지쳐가지만 역설적으로 마음만은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이런 마음을 글쓰기가 아니고는 표현할 길이 없다.

 

 

 

2. 편의점. 어제는 어떤 비루한 인상의 할머니께서 1500원짜리 도리토스를 내밀고는 오백 원짜리 동전 하나만 내게 주었다. 계산을 할 수 없는 난 동전을 받지 않고 할머니와 오 분여를 서로 그저 바라보고 있었다. 평소 무표정한 내 인상 때문에 할머니는 연신 낡은 몸빼 주머니만 뒤적뒤적하다가 이대로는 안 되겠던지 결국 한 구석에서 혼자 도시락을 먹고 있던 회사원에게 다가갔다. 그리고는 한껏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저거 하나만 사줘, 라는 말을 하는 것 같았다. 친절한 인상의 회사원은 질소 과자봉지를 본인 사원증으로 계산해주고는 유유히 자리로 돌아가 도시락을 마저 먹었다.

  시급 5천원을 받고 휴일을 반납하며 돈을 벌고 있는 내게 1500원이란 돈은 꽤 컸다. 좀 냉정한 이야기지만 내게는 그런 인정까지는 없는 것이었다. 사태가 정리(?)된 이후 - 눈 앞에 벌어진 광경이 평소엔 볼 수 없었던 것이라 - 점장에게 이 상황을 이야기해보니 점장은 자기 같으면 곱게 그 할머니를 돌려보냈을 것이라고 했다. 점포 내에서 구걸하는 것은 다른 손님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다나 어쨌다나.

 

 

 

3. 정보과잉에 따른 시간 낭비. 나만 그런 건가. 폰이나 신발, 옷, 전자제품, 책 등을 가릴 것도 없이 뭐 하나 사는 것은 난관이자 어려운 문제가 되어버렸다. 뭐가 좋은지 알아보고, 뭐가 싼지 알아보고, 어디가 싼지 알아보고, 주의사항도 알아보느라 하루 이틀은 그냥 날아가버리는 것이다. 뭐 그렇게 알아볼 게 많은 건지! 돈나가는 것을 용납할 수 없는데 시간까지 날아가버리니. 특히 요즘 같이 평일에 회사, 주말에 알바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 시간은 정말 중요한 가치가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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