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 랜도
황경신, <생각이 나서> 중
알 수 없는 사용자
2012. 1. 10. 16:36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모르면서 알겠다고 했다
잊어버렸다고 했다
잊어버리겠다고 했다
아프지 않다고 했다
아프다고 했다
희망은 있다고 했다
희망이 없다고 했다
끝이라고 했다
시작일지도 모른다고 했다
괜찮다고 했다
괜찮지 않으면 어쩌겠느냐고 했다
나는 거짓말을 했다
나에게
- 황경신, <생각이 나서> 중 '나는 거짓말을 했다'
편지를 쓸까 했어요.
무슨 말로 시작할까 생각했어요.
생각을 하다 보니
해야 할 말도 없고
할 수 있는 말도 없고
하고 싶은 말도 없었어요.
난 잘 지내기도 하고 못 지내기도 해요, 라는 말도 웃기죠.
아무 내용도 없잖아요.
잘 지내요? 라는 질문도 이상하죠.
못 지낸다고 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도 없는데.
잘 지내세요, 도 그래요.
사실 난 당신이 좀 못 지내면 좋겠거든요.
하지만 그런 소릴 할 수는 없죠.
난 잘못한 것도 없이 우스운 사람이 되어버렸고
이제 와서 그걸 바로잡을 수도 없는데
마음이 어떻든 뭐가 바뀌겠어요.
잔인하죠? 이게 우리의 미래였어요.
- 황경신, <생각이 나서> 중 '무거운 편지'
같은 학교를 저보다 훨씬 앞서 가셨다는 이유로 친분이 없음에도 불구, 선배라고 칭하고 싶은 작가님.
본디 이 공간은 제가 연습하는 곳이지만, 오늘은 저보다 몇 갑자 앞서가는 작가님의 명문을 싣고 싶어요.
출처 밝혔으니, 혹시 보시더라도 허락해 주실 거죠?
무라카미 하루키는 꿈처럼 멋진 문장을 만들어주는 가게가 있다면
바지를 벗은들 주저하지 않을 거라고 했는데, 저도 그러고 싶어요.
저도 이렇게 마음을 관통하는, 절절한, 꿈결 같은 문장을 쓰고 싶어요. 작가님처럼, 편집장님처럼, 선배님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