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 랜도

생각 1.

알 수 없는 사용자 2011. 8. 28. 23:06

평소에도 헛헛하며 무거워서 가라앉아 있는 내 가슴.

강한 우울증과 조울증 사이를 왔다갔다하는 내 심장의 입자들은 방기된 상태에서 끝없는 자유와의 조우를 갈망한다.

그저 나는 이 사회에서 주민세와 갑근세 등을 내며 겨우 붙어있다는 사실에 감사한다.

 

'새벽 2시'

쌩쌩했던 20대 초반에는 이 시각까지 잠들지 않곤 했다.

이시각까지 살아있던 나는 글을 쓰기도 하고, 음악을 듣기도 하며, 책을 보기도 했다.

당시, 나는 이런 늦은 밤, 혹은 이른 새벽에 떠오르는 감정을 활자화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평화롭다는 말로는 부족한, '아득한 새벽, 파도치는 바다에 빠져버리는 수만 가지 생각'만 내 방 안에서 유영하고 있었다.

당시, 말해질 수 없는 고민들, 생각들, 잡념들.

이런 것을 잘 모아 하루키 식대로 '밀가루로 만든 빵 속의 리얼리티를 잘 버무렸다면',

난 이미 평생의 꿈인 등단을 빨리 할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과거형으로 끝나는 후회조의 문장은 아무 부질 없다.

다른 생활인처럼 사막 같은 현실만이 존재할 뿐이고, 어떻게든 일상 속에서 답을 찾아야만 한다.

 

전역하고, 졸업하고, 직장에 들어가고, 적응하지 못하고, 다른 직장에 들어가고, 또 적응하지 못하고, 이젠 체념하고, 기타 등등.

그 생활 속에서 나는 나만의 '새벽 2시'를 내 통장 잔고처럼 하얗게 비워버렸다.

대외적으로는 피곤해서, 심적으로는 글을 쓸 수 없는 환경이라서.

 

그리고 2011년 어느 이른 밤,

힘들었던 회사일을 모두 마친 후 하비누아주의 '새벽 2시'

이 노래는 저녁 운동까지 다 마치고 깨끗하게 목욕을 하고, 읽던 책을 내려놓고 모든 불을 다 꺼놓고 들어야 한다.

이분들의 외침처럼 '몰입'하고 듣는다면,

'얘기하지 못했던, 덜어낼 수 없었던, 밀어내지 못했던, 소리칠 수 없었던,

갇혀있던 마음에 숨어있는 내 영혼'을 운이 좋다면 발견할 지도 모른다.

 

세상엔 위대하고 훌륭한 사람이 많고, 나는 아직도 배울게 천지에 많다.

그리고, 난 다시 직장에 다니면서 등단을 목표로 습작하고 있다.

온전히 이 노래 때문이라고 말하는 것은 거짓말이겠지만,

일정 부분 나는 하비누아주에게 빚을 지고 있다.

 

 

* 그리고 막무가내로 써버린 사족.

아니, 작사 앤드 작곡자님.

어떻게 이런 심장을 후벼파는 가사와 연주가 어디 있단 말입니까.

제가 정리하지 못했던 이런 감정을 어떻게 활자화하셨단 말입니까.

장차 준비하시는 앨범에 '새벽2시'는 들어가나요.

저같은 미미한 팬이 좋아한다면 들어갈 수 있으려나.

저는 또 잠 못 들고 가사에 취해 웁니다.




** 하비누아주 '새벽2시'를 듣고 잠시 감상에 젖어 쓴 글.(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