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 랜도

생각 45.

알 수 없는 사용자 2012. 7. 17. 11:36

  출근길 복잡한 서울역 환승통로. 4→1, 14호선으로 환승하기 위한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오전 7시 40분. 발디딜틈 없는 환승통로의 한 구석에서 무료 신문을 수거하는 어떤 노부부의 모습이 자주 눈에 밟힌다. 물론 일반적으로 무료 신문을 수거하는 모습은 이제 평범한 광경이 된지 오래다. 무료 신문을 수거하는 노인(혹은 아저씨 아줌마)들은 다수의 업체가 선점하고 있는 무료 신문 시장처럼 이미 포화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분들의 모습이 눈에 밟히는 이유가 있다.

 

  그분들은 출근길 혹은 등굣길 사람들이 무심히 전달해주는 무료 신문을 '감사히' 받고 있었던 것이다! 단순히 마음속으로만 감사히 받는 것이 아니라 공손하게 허리를 숙이면서 연신 감사합니다, 를 외치고 있었다. 무료 신문을 수거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이분들처럼 친절하게 그것을 수거하는 사람은 드물다.

 

  그렇다. 보통의 수거인은 친절함과는 담을 쌓은 분들이다. 친절함의 대척점에 서 있다고나 할까. 이분들은 큰 가방이나 끌차를 갖고 다니면서 출근길 사람으로 미어터지는 지하철을 신출귀몰하게 움직이다보니(그래서 부피가 커지기 때문에) 사람들과 기분좋지 않은 접촉을 하기 일쑤다. 미안하다는 말 한 마디는커녕 '왜 거기 서 있어서 내 갈 길을 막느냐'는 표정으로 선반 위의 무료 신문을 자기 소유로 만드는데 급급한 분들이 바로 이 분들이다. 그리하여 안 그래도 지옥같은 출근길을 한층 기분 좋게(?) 만드는 주역들이기도 하다. 물론 그분들의 생계가 오로지 이 활동에 달려있기 때문에 활동 자체에 불만을 표시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다. 다만, 그냥 서있다가 예상치 못한 접촉과 불쾌감을 경험한 사람들도 힘들게 직장에 다녀 겨우 돈을 버는 소시민이자 직장인이다. 조금 확대해석하는 것인지도 모르지만, 서로의 힘든 삶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부족한 것이 출근길 지하철에서 접촉 등 유쾌하지 못한 상황을 야기하게 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다 똑같이 힘들다고요, 전 직장인의 삶과 폐지 수거나 청소하는 일을 다 경험해봐서 알아요)

 

  다시 내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로 돌아가서, 이분들이 고정적으로 서울역 환승통로 특정 지역에서 머리를 조아리고 있으니까, 이분들의 고정 고객도 많이 늘었다. 환승할 때 이 위치로 굳이 이동하여 자신이 보던 무료 신문을 최대한 공손하게 이분들께 드리는 시민들이 대부분이라는 것. 받는 손이 고우니 드리는 손도 고와진다. 이분들은 이렇게 천 번 이상을 해야 만 원 남짓한 돈을 가져가신다. (요즘 신문이나 폐지값이 내렸습니다. 워낙 수요가 많아져서) 이렇게 미미한 돈을 위해 반복적으로 정성을 다하다니!

 

  부끄럽다. 난 정신없고 피곤한 출근길에서 이분들 때문에 매일 가슴에 돌덩이가 내려 앉는 기분이다. 나는 5원짜리, 10원짜리에 감사해왔는가, 즐겁게 살았는가, 꾸준해왔는가. 오늘도 난 흐트러진 마음을 다잡는다. 어김없는 출근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