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 랜도

생각 39.

알 수 없는 사용자 2012. 6. 26. 16:48

  '어느 밤, 목욕탕에 갔다가 집에 가는 마을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정류장 앞에 낡은 리어카를 세워두고 장사를 하고 계신 할아버지가 보였다. 작은 리어카였고, 안에는 육쪽마늘 여러 개가 담겨 있었다. 할아버지는 한산해진 거리를 향해 확성기로 말씀하고 계셨다.'

 

 

  이렇게 말하면 별스럽지 않은 내용인 것 같다. 하지만 사실은 이랬다. 낡은 리어카는 전진이 어려울 정도로 후락했고, 육쪽마늘은 그다지 싱싱해보이지 않았다. 할아버지는 사람도 안 다니는 거리를 향해 확성기를 대는 둥 마는 둥하며 알아들을 수 없는 목소리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할아버지는 술이 거나하게 취해 있었고, 확성기에 대고 말하는 내용은 육쪽마늘을 많이 사달라는 게 아니었다. 혀가 이미 꼬일대로 꼬여버려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고 있었고, 타령을 하듯 흐느끼기도 했다. 할아버지는 서서 몇 안 되는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그러시고는, 지치셨는지 지저분한 땅바닥에 힘없이 털썩 주저앉아 한동안 계속 응어리를 토해내고 있었다.

 

 

  난 할아버지의 그 모습이 너무나 처연하고 또 처연해서 괜히 눈물이 났다. 아니, 길거리라 창피해서 괜히 두 손으로 얼굴을 한동안 감쌌다. 할아버지의 앙상한 외양은 우리 아버지처럼 많이 늙었고, 술을 마시며 알 수 없는 소리를 지르는 모습은 우리 형이나 엄마를 보는 것 같았다. 얼마 팔리지 않은 육쪽마늘은 낡고 희망없어 보이는 피곤한 인생을 보여주는 것 같았고, 사람들을 향해, 을씨년스러운 거리를 향해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아무도 대답하지 않는 모습은 소통없는 사람들을 보는 것 같았다. 그리고 할아버지의 알 수 없는 눈물은, 아마 내 눈물과도 같은 종류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흘린 눈물은 바로 그 시점에 촉발되었다. 내 앞에 보이는 광경은 슬픈 드라마보다 더 슬픈 현실이었다. 내가 꿋꿋이 살아내야 할, 견뎌내야 할, 달달한 책임 시럽이 묻어있는 사탕같은 현실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