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 수필집 중(2).
1.
그건 그렇고 세상에는 비만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이 꽤 많은 듯, 책방에 나가 보면 살을 빼기 위한 노하우 책이 즐비하게 진열돼 있는데, 또 그 대부분이 베스트셀러인 모양이다. 나도 몇 권인가 들춰 보았지만, 내가 느낀 바로는 '이거야말로 결정판!'이랄 만한 책은 단 한 권도 없었다. 세 권을 읽으면, 거기에는 살을 빼기 위한 세 가지 방법이 있어, 그 각각의 방법이 전혀 반대의 주장을 펴고 있는 경우가 허다한 것이다. 그리고 개중에는 몹시 극단적인 주장을 전개하고 있는 책도 있다. 살을 빼기 위한 영양학이 아직 체계적으로 확립되어 있지 않은 현재, 지나치게 편협한 요법에 의존하면 사람에 따라서는 위험 부담이 클 것이라 여겨진다.
나는 애당초 꼼꼼한 성격이라 다이어트나 살을 빼기 위한 운동에 대해서 꽤나 연구를 많이 했는데, 그 결과로써 나온 결론은 '사람에게 다양한 생김새나 성격이 있는 것처럼 사람이 살찌는 방식에도 다양한 형태가 있으므로, 만인에게 적합한 살빼기 방법이란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자신의 체질이나 식생활, 직업이나 수입에 맞추어 한 사람 한 사람이 자기에게 적합한 방법을 찾아내는 수밖에 없다. 미국의 정신과 의사처럼 권위있는 영양과 의사가 각 개인의 얘기를 '음, 음'하고 들어가며, 그 상대에게 알맞은 살 빼기 프로그램을 만들어 주는 게 이상적인 방법이 아닐까 하고도 생각하지만, 갑작스레 그런 수준까지 도달하기는 무척 어려울 것이다. 지금 상황으로는 한군데다 뭉뚱그려 놓은 다이어트 책으로 때우는 수밖에 없다.
- 『무라카미 하루키 수필집2』, 「중년이란 무엇인가? 그 두 번째 '비만에 대하여'」中, 도서출판 백암, 2002, pp.112~113.
2.
어찌하여 이렇게 책을 읽지 않게 되었는가. 그건 한마디로 독서에 할애하는 시간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요컨대 독서 이외의 활동에 시간을 많이 뺏겨, 그 영향으로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든 것이다. (중략)
하기야 이런 상황 내지는 경향에 빠져 있는 것은 결코 나 혼자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요즘 젊은이들이 책을 읽지 않게 된 것은 역시 독서 이외의 다양한 활동에 시간이나 돈, 에너지를 대폭 할애하고 있는 까닭일 거라고 나는 추측한다. 내가 젊었을 때는 - 하면서 얘기가 갑자기 궁상맞은 아저씨 투로 바뀌지만 - 전체적으로 시간이 흘러 넘쳐, '할 수 없지, 책이라도 읽을까'하는 기분이 들기 쉬웠다. 당시에는 비디오도 없었고, 레코드도 상대적으로 비싸 많이는 살 수 없었고, 스포츠도 오늘날처럼 번성하지 않았다. 시대적인 분위기도 대단히 이론적이어서, 어떤 종류의 책을 일정량 독파하지 않으면 주위로부터 바보 취급을 당하는 풍조도 있었다.
그러나 요즘에는 '뭔데 그게? 그런 거 안 읽었어. 알지도 못하는 걸' 하면서 스므스하게 넘어간다. 그 밖에도 할 일이 얼마든지 있고, 자기 표현을 할 수 있는 장소나 방법, 미디어도 각양각색으로 갖추어져 있다. 결국 독서란 것이 유일한 신화적 미디어였던 시대는 급속하게 종식되고 만 것이다. 지금의 독서란 그 다양한 각종 미디어 중 한 가지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한 경향이 바람직한 것인지 아닌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아마도 그것은 대부분의 사회 현상이 그렇듯, 좋지도 나쁘지도 않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교양주의적, 권위주의적 풍조가 사그라지고 있다는 것을 - 정말 사그라지고 있는 거겠지 - 기쁘게 생각하고 있으나, 한편 한 사람의 글쟁이로서는 책이 안 읽히게 된 것을 섭섭하게 생각한다. 그렇지만 섭섭한 반면 또 우리(란 출판에 관계된 여러 사람들을 말합니다)가 우리 자신의 의식과 체질을 전환시켜, 그 새로운 지평으로부터 새로운 종류의 우수한 독자들을 포획하는 일은 가능하리라 생각한다. 언제까지 한탄만 하고 있어서야 묘책이 안 생기는 법이니까.
- 같은 책, 「어찌하여 사람들은 책을 읽지 않게 되었는가」中, pp.150~151.